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스포츠 관람에서 가장 재미있는 건 이기는 경기입니다.
줄곧 이긴채로 쭉 가도 흥이 나지만 뮈니뭐니해도 역전의 짜릿한 승부가 펼쳐지기라도 하는 날엔 미칠 듯이 환호합니다.
감격의 눈물마저 달달합니다.
정반대도 겪습니다.
답답해서 허공에 욕이라도 한 마디 뱉어줘야 살 수 있을 것 같은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보이긴 하는데 만족스럽지 않을 때,
이기려고 용을 쓰는데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때,
머리를 감싸 쥐고 절망합니다.
설혹 지더라도 안간힘을 써서 발버둥이라도 쳐줬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을 스포츠 경기에 비유하자면 중년은 전반기를 끝낸 직후입니다.
누군가는 큰 득점을 획득해 여유로운 태도로 '이대로만 가자!' 할 테고,
누군가는 '크게 지고 있으니 분발하자!' 하겠지요.
위태로운 무승부를 간신히 지켜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잠깐의 휴식이 끝나면 다시 경기장에 들어가야 합니다.
영민한 선수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이기든 지든 최선을 다한 경기에 수많은 관중이 박수를 보낸다는 사실을요.
허튼 요행을 바라는 플레이나 상대를 깎아내리는 플레이는 욕먹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뛰어야 할 때 뛰어주고, 나서야 할 때는 전광석화처럼 튀어나가고, 물러서야 할 때 뒤를 지켜주는 선수를 비록 지더라도 응원합니다.
삶을 돌아볼 때 내 경기는 어떤 경기로 기억할까요?
박수를 보낼 수 있을까요, 응원할 수 있을까요?
전반전을 돌아봅니다.
중년을 거치는 순간 후반전을 시작합니다.
지칠 대로 지쳤고 에너지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전반전과는 아주 많이 다른 조건입니다.
경기시간의 초침이 흐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가 어쨌든 마지막 점수는 후반전 종료 휘슬이 울려야 알 수 있습니다.
결과를 속단하지 않겠습니다.
앞만 보고 달립니다.
점수는 마지막에 확인하렵니다.
오늘 치러야 할 플레이에 집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