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돌싱' 있다
민법이 정한 일정한 이혼원인에 따라 상대방 배우자를 피고로 법원에 이혼소송을 청구하여 재판의 선고로써 이혼이 되는 것을 ‘재판상 이혼’이라고 한다.
민법 제840조 (재판상 이혼원인) 부부의 일방은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개정 1990. 1. 13.>
1.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배우자의 부정행위란 부부의 정조의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말하는데 성관계는 당연하고, 성관계가 없었다 할지라도 이성과 한방에서 밤을 지내거나 다른 이성과의 연인관계를 맺는 것, 또 성을 구매하는 행위도 이에 해당된다.
2.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배우자의 악의의 유기란 정당한 이유 없이 배우자가 부부의 의무인 동거, 부양, 협조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배우자를 내쫓거나 가출을 하거나 상대방을 나가게 해 놓고 의도적으로 귀가할 수 없게 하고 집으로 돌아올 수 없도록 해 동거를 할 수 없게 만드는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 단, 질병이나 출장 부득이한 장기 별거, 상대방의 폭행과 학대로 인한 가출은 악의의 유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3.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부당한 대우란 배우자 또는 직계존속의 폭행이나 학대, 모욕을 당하는 등 혼인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어렵다고 여겨지는 경우이다.
4.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리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세 번째 사유의 반대로 자기의 직계존속을 배우자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학대, 명예훼손, 모욕함으로써 부부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운 경우이다.
5.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않은 때
배우자의 생사여부를 증명할 수 없는 상태가 이혼 청구 당시까지 3년 이상 계속되는 것을 말한다. 실종선고에 의한 혼인 해소와는 관계가 없다.
6.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란 부부의 공동생활과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어 있어 혼인 생활 유지가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것을 말한다. 판례가 인정한 예로는 남편의 방탕, 가계를 돌보지 않은 아내의 문란한 행위, 지나친 낭비, 거액의 도박, 가사를 돌보지 않은 춤바람, 불치의 정신병, 극심한 의처증, 알코올 중독, 범죄행위 및 실형선고, 변태성욕, 성격 불일치 등등이 있다고 한다.
이 중 하나라도 나의 배우자에게 해당하는 것이 있는가?
이 중 하나라도 나의 배우자가 해당되어 진짜 이혼을 원한다고 말하면 모두가 한 목소리로 조언해 줄 것이다.
“증거부터 만들어!”
위처럼 결정적인 한 방의(?) 이혼사유가 있다면 모를까 그도 아닌데 이혼에 대한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었다면 왜일까? 마지막 여섯 번째 ‘성격 불일치’를 꼽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지식이 깊지는 않지만 애매한 성격차이로는 합의가 아닌 이상 재판상의 이혼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들었다.
이혼, 가사법 전문 변호사인 이인철변호사는 여성 매거진 ‘우먼센스’에 상대방이 어떤 배우자이기를 바라기에 앞서 나는 어떤 배우자인지를 성찰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혼 부부의 특징 7가지’를 이야기했다.
이인철 변호사가 제시한 이혼 부부의 특징 7가지를 보면 나는 ‘욕구 충족의 문제’로 보인다. 1943년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가 발표한 매슬로의 욕구단계설(Maslow's hierarchy of needs)은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애정과 소속의 욕구, 존중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를 말한다. 생리적 욕구는 의식주와 관련이 있는 욕구다. 또한 성욕도 이에 포함된다. 그래서 배우자와의 스킨십 단절, 섹스리스로 인해 이혼을 하는 부부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이다.
그다음 단계인 안전의 욕구(자신을 보호하려는 욕구), 애정, 소속의 욕구(사랑을 받기를 원하고 집단에 귀속되고 싶어 하는 욕구), 존중의 욕구(자아존중, 자신감, 성취, 존중, 존경의 욕구)를 보면 위의 이혼 부부의 특징의 대부분이 이 욕구에 대한 충족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마지막 자아실현 욕구(Self-actualization) 자신을 계속 발전하게 하고자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는 욕구이며 ‘성장 욕구’라고 하기도 한다.
이는 맥도널드의 창립자 레이크록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파운더>에서 찾을 수 있다. 놀라운 시스템으로 햄버거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맥 형제를 만나고 나서 레이크록은 혁신적인 레스토랑이라며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때 아내는 레이크록에게 무심한 듯 말한다.
아내: 제발 함께 동네 산책이라도 해요. '실속 없이 바쁘게 살기보단' 좀 누리는 게 어때요? 언제쯤 만족하겠어요?
레이크록: 솔직히 말할까? 아마 평생 만족 못할 거야. '비전을 가진 아내였다면 좋았을걸'. 날 조금이라도 지지해 주는!
'실속 없이 바쁘게 살기보단', 이 말은 이미 남편의 '존중의 욕구'를 무너뜨렸고 자아실현의 욕구가 강한 레이크록에게는 그녀의 모든 말들은 자아실현의 욕구를 채우려는 자신에게 걸림돌이 된다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이 두 부부 어떻게 됐냐고? 이.혼.했.다.
위의 내용들을 살펴볼 때 우리는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욕구를 배우자로부터 충족하지 못하거나 방해받게 된다면 분명 관계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은 확실한 듯하다.
하지만 이 많은 욕구를 다 채워주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이 중에서도 가장 많은 욕구의 문제가 부부의 문제로 이어지는 흔히 많은 부부들이 ‘성격차이’라고 말하는 애정, 소속의 욕구와 존중의 욕구를 더욱 강조하고 싶다. 좀 더 간추려 쉽게 말하자면, 부부가 성격차이라고 말하는 부부문제를 가장 악화시키는 원인, 그것은 바로 ‘말 꼬~라~~ 지 때문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부부문제를 해결하고 관계를 긍정적으로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말 꼬락서니를 바꿔볼 것을 제안하고 싶다.
우리 부부가 친한 지인 중에 수입이 일정치 않은 프리랜서로 일하는 남편은 아내의 이런 말에 자존심이 상했다고 한다.
“너보다 내가 더 잘 벌잖아”
말 꼬~라~~ 지 때문에!!
그 지인과 우리 부부와 셋이서 술자리를 하고 있는데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서로 주고받는 대화 때문에 전화소리를 지인은 듣지 못했다.
그의 아내는 나와는 일면식도 없었지만 일 때문에 두 번 정도 통화한 적이 있어 그녀는 내 번호를 알고 전화했다.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인사도 없이 대뜸
“저기 우리 남편 거기 있죠?”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그녀의 말들은 남편에게 무언가를 찌르 듯 연달아 말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지인의 표정은 당연히 좋을 리가 없었다. ‘말 꼬~라~~ 지 때문에’ 부부의 문제는 당사자들만 아는 거라 한 쪽말만 듣고서 누가 나쁘다 덜 나쁘다 할 수 없는데 ‘아 이 부부는 말 꼬락서니가 부부문제인 건 확실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레이크록도 ‘비전을 가진 아내였다면 좋았을 것을’이라고 아내를 무시하며 애정, 존중의 욕구를 무참히 짓밟아버린 말 꼬~라~~ 지 때문에! 하나씩 쌓인 감정이 이혼을 결정하게 되지 않았을까.
싸움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해결방법을 찾지 않은 채 서로 변화하려는 노력 없이 상대에게만 탓을 돌리고 본인의 잘못과 결점을 인정하지 않는 부부들은 대부분 이혼하더라. 그런 부부에게 이혼은 이런 것 같다.
언젠가는 할 건데 얼마나? ,
어디까지 참을 수 있을 것인가?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낼 때까지의 시간싸움?
당신의 이혼 인내심의 시간을 얼마나 남아 있나요? 아직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니 다음 이야기 넘어가면서 천천히 생각해 봅시다.
“내 안에 너 있다”가 될지,
아니면 “내 안에 돌싱이 있다”가 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