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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희 Nov 13. 2024

갈등해결을 위한 우리 집 유행어

한 SNS에 재미있는 글이 올라왔다.




생김치처럼 아삭아삭 싱글싱글한 신혼이 훌쩍 지나고 팍삭 쉰 듯한 부부로 지내고 있다면 남편에게 그럴 리가 없기 때문에(?) 위 증상이 있다면 병원에 가봐야 한다는 것이다. 왠지 웃픈 글이다. 우리처럼 이혼 후 연을 맺은 한 부부가 있다. 함께 자리한 적이 있는데 그들은 10년. 우리는 5년. 10년 된 부부의 남편이 말한다.


 “10년 지나 봐.
그런 달달함은 없어져.
 
5년 정도면 뭐~
신혼이나 마찬가지지” 

과연 그럴까? 뭐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10년이 넘으면 우리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션-정혜영 부부, 최수종-하희라 부부만 보더라도 꼭 시간이 많이 지났다고 애정까지 퇴화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가까이에서 본 우리 엄마와 엄마의 현 남편인(?) 아빠도 거의 20년이 다 되어 가지만 두 분은 불륜처럼(?) 꼭 손을 잡고 다니거나 팔짱을 끼고 다닌다. 또 아빠는 엄마를 우리가 있든 이모네가 있든 늘 엄마를 부추겨 세우고 우리 남편이 나를 여신(송합니다. 저는 여신이 아닌데 그는 여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다니 내버려 둡시다)이라고 부른다고 했더니 아빠는 “그럼 너네 엄마는 선녀지”라며 여전히 사랑꾼의 모습을 보이신다. 가끔 투닥투닥거리기는 해도 서로 변함없는 애정으로 두 분은 여전히 잘 지내신다. 


그래서 나도 사실 10년이 지나도 그 이상이 지나도 5년 동안 우리가 맞춰 온 발걸음과 지금의 우리를 봐도 잘 지낼 것 같다. 더군다나 함께 사업을 하며 힘든 모든 상황에서도 서로 다독여가며 이겨냈던 전우애(?)가 있기 때문에 더더욱 관계는 깊고 단단하다. 오히려 우리 부부는 시간이 갈수록 서로가 더욱 좋아지는 것 같다. 


이렇게 잘 지내는 부부들은 본인들만의 부부철학이나 갈등의 해결방법들을 잘 알고 있고 늘 실천하며 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 듯하다. 션-정혜영 부부는 서로가 옳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부부싸움을 잘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최수종-하희라 부부는 다투더라도 각방을 쓰지 않으며 생각은 빨리하고 말은 천천히 하면서 말로 인해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신중하게 표현한다고 한다. 




우리 부부, 처음부터 이렇게 잘 지냈냐고? 아니!


 1~2년 정도는 정말 투닥거리던 날이 많았던 것 같다. 근데 어떻게 그렇게 잘 지내고 있냐고? 한 마디로 정리하면 문제와 갈등 안에서 해결책을 찾고 서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해왔고 여전히 늘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가장 큰 문제는 한 번 예민한 상태에 이르게 되면 날카롭게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남편과 주고받는 말이 좋지 못하게 되었고 사소한 문제 하나 때문에 서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말로 상처를 내며 다퉜다. 


또 남편의 문제는 극 T의 성향을 가지고 있었는데(지금은 F감성, 뒤에 다루겠지만 태양인의 언어에서 이제는 태음인의 언어를 사용하며 변화했다) 자신이 겪어보지 않은 경험이면 상대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연애 초반에는 함께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였기 때문에 경제적인 사정도 좋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서로가 더 날카로울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본인의 잘못된 부분들이 무엇인지 깨닫고 개선해야 할 부분들을 서로 인정하며 바꿔나가는 노력덕에 지금은 다툼이 거의 없다.


보통 갈등이 생기거나 어떠한 문제가 있을 때 '상대를 위해 내가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되는데 모든 말과 행동의 변화는 '나를 위해', '나의 가정을 위해'처럼 '나', '내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나는 먼저 조언하고 싶다. 남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남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은 상대가 알아주지 않으면 서운하고 속상해하며 이렇게 말한다.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상대는 잘 알지 못할 수도 있다. 내가 나를 위해 변화한다면 내가 나를 알아주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다. 내가 나를 위해 변화하자.


 “내가 나한테 어떻게 했는데”


라고 해도 억울할 일이 없지 않은가. 대신에 나는 나를 위해 노력하고 변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되 상대에게는 내가 우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수시로 알릴 필요가 있다. 어필하자. 그래야 상대도 인지하고 이후에 싸울 때 더 유리(?)하다.


"자기도 알겠지만 나도 계속 노력했고 지금도 노력하는 중이야. 사람이 바뀐다는 것은 갑자기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은 아니잖아. 좀 더 내 노력을 알아봐 주고 기다려줄래?"


라고 하면 상대가 


"맞아. 당신은 '나 노력했다'라고 말하며 실제로 노력한 일이 요즘 많았던 것 같아"라고 인정하게 된다. 

실제 나의 경험담이다.


우리는 갈등상황에서 서로 해결할 방법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유행어가 생겨났다.



나는 나 노력했다, 상대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부족한 남편은 그랬구나”라는 유행어를 사용한다. 내가 짜증, 화가 나려는 순간에 지금 나 이러한 상황에 화가 났지만 화를 내지 않았어. 나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 남편과 딸아이가 이욜~ 웬열~” 하며 장난스럽게 받아주었다.


 이상하게 나 노력했다라고 말할 때 인상 쓰면서 뾰족한 말투로 내뱉는 게 아니라 웃으면서 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다른 가족들도 자신이 참고 노력한 일을 했을 때나 일상에서 장난스럽게 나 노력했다를 유행어처럼 사용하니 이 말이 곧 즐거워지는 말이 되어 어느 순간 화가 나더라도 그 말을 쓰고 싶어 감정이 다스려지는 아주 좋은 효과가 있었다. 


개그맨들이나 예능인들이 쓰는 유행어를 따라 할 때 화를 내며 하는 사람은 없다. 유행어를 따라 하면서 웃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많다. 유행어가 가진 장점이다. 여러분의 집에서도 평소에 혹은 갈등이 생기면 그 해결방법들을 유행어로 만들어 사용해 보면 어떨까. 


남편은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일지라도 상대는 나와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인정하고 그랬구나라는 것부터 습관 하도록 노력했다. 그전에는 


“미안하지만, 나는 자기가 왜 그러는지 이해를 못 하겠어. 그게 왜 그런 건데? 그게 그렇다고?”


라는 식으로 말했다면 이제는 


그랬구나. 맞아. 자기라면 그럴 수 있었을 거야


라고 말한다.(‘그랬구나’라는 말의 부작용은 뒤에서 다루겠지만 AI로봇같이 그랬구나라며 상대가 공감받지 못하다고 느끼면 무용지물이다) 이 똑똑한 남자는 이제 더 진화해서(?) “자기 말이 맞는 게 라며 내 말이 끝나고 자신이 말을 할 기회에 첫 문을 상대의 마음, 생각, 의견을 인정하는 말로 연다. 


역시 대단하다. 훌륭하다.


(이 말 또한 우리 집 유행어로 AI로봇처럼 때론 말하며 장난치기도 하지만 늘 상대를 인정하고 칭찬하는 말로 사용한다) 


물론 이렇게 좋은 결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딸아이가 학교폭력과 관련해 교육을 받고 왔다며 손바닥을 상대에게 보이며 “멈춰라고 한다며 알려준 적이 있었다. 학교폭력에서 그렇게 도움 될 것 같지는 않았으나(?) 우리 부부는 이를 활용해 보기로 했다. 서로가 감정조절을 잘하지 못하고 언쟁할 때 손바닥을 상대에게 보이며 지금 감정이 너무 격해져 있다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한 신호로 사용하자고 했다.




 한 번은 서로 대화 중에 언쟁이 있었는데 소용이 없었다. 말로 살살 사람 성질 건드려 놓고(?) 감정 조절하라는 듯 남편이 손바닥을 내밀자 “(손바닥을 치우며) 됐고! 뭘 그만해. 자기나 말 좀 그렇게 하지 마” 때로는 그것이 더 화를 돋우는 행동이 되기도 했다. 실패다. (이 일이 있은 후 우리는 손바닥 펴며 "멈춰"보다 소화기 대화법, 마음의 코팅을 싸악~이라는 뒤에서 다룰 대화법을 발견해 잘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그렇게 또 다른 방법을 연구하고(?) 실패하고 실전에 사용해 보면서 지금은 2달에 1번? 3달에 1번? 그 투닥거림 마저도, 불편한 감정과 기분도 금세 사라진다. 우리가 사용했던 대화법과 그 외의 방법들은 차근차근 뒤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부부의 문제와 갈등 안에 반드시 해결책이 있다. 


문제, 갈등이 일어난 원인을 알고 자신의 감정을 단순히 ‘화’로만 표현할 게 아니라 인정과 존중을 받지 못했기 때문인지 나의 역린을 건드리는 말이었는지 제대로 인식하고 상대에게 원하는 것을 명확히 말해야 한다. 


또 서로 상대가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표현하고 파악하며 원하는 대로 합의점을 찾아 그대로 해준다면 확실히 갈등과 다툼은 줄어든다. 이렇게 갈등을 건강하고 현명하게 해결하면 그동안 꼬여 있던 부부의 모든 문제들이 서서히 풀려갈 것이다. 


자유주의, 평화주의 노선을 내세운 19세기 중후반을 대표하는 영국 총리 윌리엄 E. 글래드스톤은 


“갈등은 모든 관계의 일부입니다.
 중요한 것은 건강한 방식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라고 했다. 갈등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갈등으로 인해 라이트형제는 비행기를 만들어 냈고 레이크록은 맥 형제와의 갈등으로 전 세계에 맥도널드를 119개국에 3만 4천여 개를 매장을 오픈할 수 있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갈등을 회피한 부부보다 갈등을 받아들이고 잘 해결하는 부부들이 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갈등이 서로 일어났을 때 어떻게 건강하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계속 찾고 서로 합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가족처럼 갈등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 같은 갈등상황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대처할지 유행어를 만들거나 뒤에서 나오는 대화법을 활용해 보자.


 갈등이 생길 때마다 해결법들을 서로 찾고 또 찾다 보면 간단한 몇 개의 해결법 안에서도 모든 문제의 해결이 가능한 '마스터키'와 같은 것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 지긋지긋한 갈등과 다툼들도 반드시 줄어들고 이혼율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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