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주비행사들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인식하고 글로 써내는 훈련을 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나는 남자다', '나의 이름은 000이다', '나는 미국인이다', '나는 누구의 아들이다','나는 누구의 아버지다','나는 누구의 남편이다'등등 최대한 이러한 항목들을 많이 적어 내도록 한다.
가늠할 수 없이 넓은 우주에 비해 인간의 존재가 한없이 작아지기 때문에 우주비행사들은 광할한 우주공간에 압도되어 정신이 파괴되면 자기 자신을 상실할까봐 이런 훈련을 하는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견딜 수 없는 상황에서 부정적인 감정들로 인해 자기 자신을 상실해버리지 않아야 한다. 말 그대로 '감정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감정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자신에 대한 이해도가 낮으면 가장 먼저는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자기 자신의 행동이나 감정에 대해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이나 관계에서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다보면 사회적인 고립으로 소외감을 느껴 분노,우울감등의 감정을 갖게 될 수 있다. 또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존중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어 자존감이 낮아지고 그로 인해 긍정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기 어려워 질 수도 있다. 왜 나에게 이러한 감정이 생기는 것인지에 대한 이해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자신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하면
자신의 장점이나 단점,강점,약점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목표나 미래를 설정하기가
어려워 질 수 있고
어떤 문제가 발생하거나
고난,역경,실패가 있는 상황에서도
처리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잃게 되어
내 감정과 행동에서의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을 먼저 인식하고 관리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감성지능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2002년에 출간된 <감성의 리더십>이라는 책에서 대니엘 골먼은 감성지능을 높이는 기술로 '자기인식','자기관리','사회적인식','관계관리'등 네 가지를 말한다.
여기서 자기인식과 자기관리는 우리 자신과 관련되어 있으며 사회인식과 관계관리는 다른 사람과 어떻게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느냐와 관련이 있다.
나는 대니엘 골먼이 제시한 이 네 가지의 감성지능을 높이는 방법을 활용해 가족관계를 더욱 긍정적으로 형성하고 유지하게 하기 위해 '자기인식','자기관리','가족인식','가족관계관리'로 바꿔보고자 한다. 가족관계가 좋아야 사회적 관계도 잘 형성되고 유지될테니까 말이다.
우리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만나는 사회였던 '가족'안에서 먼저 잘 해보자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배우 권상우씨의 말대로
'가정이 화목해야 일도 잘 되는 법이니까'
리더십 전문가 트래비스 브래드베리와 진 그리브스가 함께 공저한 <감성지능 코칭법>의 책에서는
"자기인식이란 어떠한 순간에도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상황에 따라 바뀌는 자신의 심적인 성향을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며
"자신의 감정을 빠르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성향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또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의 상태에 대해 충분히 시간을 갖고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고 조언한다. 소크라테스도 '네 자신을 알라'는 짧은 문장으로 모든 인생을 결정지을 만한 기가막힌 명언을 남겼다. 나를 제대로 알기 위해 지금부터 여유로운 시간을 갖고 한번 생각해보며 다음 질문에 노트를 꺼내어 하나씩 적어보자.
1. 내가 생각하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 vs 남이 생각하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
누군가가 '저사람 어떤 사람이야?'라고 물으면 대답하는 것처럼, 혹은 '저 사람 어떤 성향이야, 성격은 어때?'라고 묻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처럼 내가 나 자신에게 '나는 어떤 사람이야?,나의 성향은 어때? 성격은 어때?'라고 묻고 답해보자.
내가 생각하는 나에 대한 답은 우주비행사처럼 최대한 많이 써보자. 성향,성격도 좋고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것을 가치있게 느끼는지, 어떨 때 기분이 좋고 싫은 지, 내가 좋아하는 나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있는지, 열정이 있는 사람인지 게으른 사람인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등등 아무튼 최대한 많이 써보자.
그러다보면 '내가 나에 대해서 이렇게 차분히 앉아 생각해본 적이 있던가?'라며 '내가 이런 사람이지 참'. 이 한 가지의 질문에서도 많은 것을 느끼는 시간이 될 것이다. 남이 생각하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면 먼저 가까운 가족들에게 물어봐도 좋다.
평소에 다른 사람들에게 자주 들었던 말들을 떠올리며 적어보자. 자신이 바라보는 나와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나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받아들이자.
"내가 그런다고? 그런 사람이라고?" 으르렁버튼은 잠시 OFF한 채로
'다른 사람은 나를 이렇게 바라보는 구나'
라고 그들의 시선을 인정하고 오로지 나를 이해하는데에만 집중하자.
■ 내가 생각하는 나
1. 성격이 밝고 자주 웃는 편이다.
2. 맛있는 음식에 술을 먹는 것을 가장 행복해한다
3. 의지를 갖고 시작하는 일은 반드시 끝을 본다
4. 경청의 자세가 좋고 상대의 입장에서 잘 이해해준다
5. 청각이 예민해서 큰 소리가 나는 것을 싫어한다
6. 지저분한 것을 보면 예민해지고 짜증을 낸다
7. 사람들에게 잘 베풀고 받은 게 있으면 더 내어 놓으려고 한다
8. 나의 감정을 말했을 때 이해를 받지 못하면 화를 낸다
9. 예의가 없고 인성의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경멸한다
10. 깊지 않은 관계에서는 상대의 잘못이 있어도 꼬집어 말하지 않고 관계를 서서히 끊어 버린다
■ 남이 생각하는 나
1. 밝은 모습 덕분에 에너지가 좋다고 말한다
2. 자신의 잘못을 잘 인정하고 사과를 잘한다(남편)
3. 웬만한 남자보다 술을 더 좋아한다(남편)
4. 이해를 잘해주고 조언을 잘해준다(딸)
5. 개방적이다(딸)
6. 으르렁이 한번 올라오면 무섭다(딸)
7. 예민해질 때가 많다(남편)
8. 다른 사람들을 잘 못 미더워한다(남편)
9. 가치관이 올바른 것 같다(남편)
10.계획을 꼭 세워야 하고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을 힘들어한다(남편)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들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보자. 그리고 남이 생각하는 모습들에서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은 없는지도 살펴보자. 위의 예시는 나의 모습들을 직접 적어봤다. 남이 생각하는 나를 이 책에 적어내기 위해 거실에 있는 가족들을 모두 소환해서 빨리 나의 모습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말해달라며고 했다.
긍정적인 것 세 가지, 부정적인 것 세 가지를 당장 토해내라며 붙잡고 얻은 내용들이다. 우리 가족들은 평소에도 잘 소통하며 서로가 고쳤으면 하는 부분들을 잘 이야기 하기 때문에 가족들이 바라볼 때 부정적으로 보이는 나의 모습을 모두 인정하고 있으며 나는 나를 잘 알고 있다. 나도 완벽하게 잘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늘 나의 부족한 부분들을 인정하고 하루하루 개선해나가는 노력하고 있다.
2. 나의 장점과 단점은?
나의 장점을 알고 자존감이 높아져도 좋다. 그 장점을 잘 살려 가족들과 함께 공유하면 더 좋을 일이다. 단점은 스스로에 대해 다시 한 번 인정하고 개선해 나가야 겠다는 노력을 위한 질문이다.
■ 나의 장점
1. 항상 올바르게 행동하고 밝은 마음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2. 자신의 잘못을 잘 인정하고 항상 먼저 사과하려고 한다
3. 나에게서 항상 문제를 찾고 변화한다
4. 상대의 말을 잘 경청하고 공감해주며 조언해준다
5. 부지런한 편이다
■ 나의 단점
1. 예민하고 짜증을 부릴 때가 많다
2. 갑작스럽게 바뀐 새로운 상황들을 힘들어한다
3. 화가 나면 공격적인 말을 내뱉을 때가 있다
4.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를 깊게 가져가려 하지 않는다
5. 가족 외에는 나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장점과 단점을 적을 때 1번의 질문에서 많이 가져오게 됐을 것이다. 그 내용들을 장점과 단점으로 보기 쉽게 나눠본 것인데 가족들이 말하는 나의 부정적인, 단점인 모습들을 얼마나 생각해봤는지 그 부분들이 이해되고 인정이 되는지, 인정이 됐다면 아마 나의 단점으로 써 두었을 것이다.
여기서의 단점은 다음 장에서 그 때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왜 그렇게 느꼈는지에 하나하나 뜯어 나를 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고 다음 마지막 질문으로 넘어가자.
3. 가정에서의 역할부분, 그리고 가족관계에서의 나의 장점과 단점은?
가정에서 나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 것 혹은 그렇지 못한 것을 장점과 단점으로, 그것 때문에 다툼이 되었던 원인들을 적는 것도 좋다. 평소 가족들이 칭찬했던 것들이나 꼬집었던 문제들을 떠올리며 적어보자. 가족내에서 배우자나 자녀와 주로 부딪혔던 점, 원만하게 해결되지 못했던 것등을 차근차근 생각해보며 적어보자.
역할 장점
1. 요리를 잘하고 바쁜 와중에도 가족을 위해 자주 집밥을 해준다
2. 가족을 항상 먼저 챙긴다
3. 집안일의 대부분을 내가 맡고있고 미루지 않는다
역할 단점
되~~게 재수없다 느껴질 수 있겠지만 나는 집에서의 역할 중 단점이 없다. 가족모두가 역할을 분담하고 잘하고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갈등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 딸 방 청소만 빼고. 하하.
집안일과 관련해서나 육아, 혹은 귀가시간이 늦는다거나, 부모로서 자녀에게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배우자와의 역할분담에서든 가정에서 나의 단점들이 있는지 살펴보는 이유는 그로 인해 같은 상황에서 매번 갈등이 반복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해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한다.
여기서 그 문제를 발견했다면 해결법을 바로 생각하고 가족과도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방법을 바꾸고 바로 실천해보자. 우리 집의 경우에는 내가 집안일을 많이 신경쓰는 편인데 혼자 다 짊어지려다 보니 어느 순간 회사일도 많아지면서 버겁기 시작했다. 그럴 때면 꼭 예민해지고 화를 내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설거지가 힘든 날이면 체력좋은 남편은 언제든 잘 도와줄테니 말만 하라고 하는 덕분에 혼자 참고 버티려하지 않고 설거지부터 빨래돌리는 것도 가끔 부탁한다. 또 집안일에서 그리 어렵지 않은 분리수거나 식사 전 수저놓기,물컵 준비하기등은 남편과 딸이 하기로 하고 모두가 잘 실천하고 있다. 집안일이 힘들어 예민함과 짜증이 올라올 때 나는 바로 생각을 전환한다.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해야지'
그러면 예민함도 짜증도 바로 사라진다. 언젠가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짜증이 많다면 혼자서 너무 많은 것을 짊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라"
회사일에 나보다 더 많은 신경을 쓰는 남편, 저녁 늦게서야 특공무술을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딸아이를 나보다 더 생각하다보니 혼자 많은 집안일을 짊어지려 했다. 나는 그런 나를 잘 알았다.이렇게 나를 잘 알다보니 가족에게도 왜 내가 예민했는지 짜증이 났는지 그리고 내가 가족을 위한 어떤 마음인지를 잘 알릴 수도 있기에 갈등은 커녕 가족들은 오히려 나를 고마워하며 기꺼이 돕는다. 그래서 나는 나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다음은 가족관계에서의 나의 장점과 단점을 적어보자. 주로 의사소통을 할 때의 장점과 단점을 적어보면 더욱 좋다.
가족관계에서의 나의 장점
1. 가족들의 마음을 이해,인정하며 잘 헤아려 준다
2. 가족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조언을 잘해준다
3. 나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잘한다
가족관계에서의 나의 단점
1.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명령하는 말을 쓰는 경우가 있다
2. 대화에서 나의 마음을 공감받지 못하면 화를 낸다
3. 상대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며 비난하는 말을 한다
앞에서 썼던 내용들과 거의 비슷하고 겹치는 부분들이 많을 것이다. 계속 반복해서 쓰게 되는 것은 내가 앞으로 개선해나가야 할 부분이다. 혹은 밖에서는 사람들에게 그렇지 않은데 집에서, 유독 가까운 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는 경우를 위 질문에 대한 답을 쓰면서 여러분은 느꼈을지도 모른다.
가정에서의, 가족과의 관계에서의
나의 장,단점을 알았다면,
배우자와, 자녀와
갈등이 자주 일어나는 일들도
함께 생각해보고
지금 바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가족과 함께 서로 합의하에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나는 통금시간에 늦은 딸아이와의 갈등이 있었던 적이 있었다. 아이의 말을 들어보면 친한 친구들 대부분이 통금시간이 여유로운 편인데 그렇지 못해 자신때문에 아이들이 먼 곳을 가지 못하거나 제약이 있어서 함께 놀 때 제외가 되거나 친구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도 간혹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런 일이 있을 때는 미리 연락을 해서 늦을 것 같다고 말하면 통금시간을 조정해주었고 7시였던 통금을 조금씩 늘려주며 현재는 8시30분에 들어오도록 했다. 또 1주일에 3번은 9시에 들어올 수 있도록 했으며 상황에 따라 미리 연락만 하면 대부분을 허락해주었다.
매번 통제가 심하게 되면 아이가 허락을 받지 못할까봐 연락없이 늦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고 부모는 걱정이 이후에는 화가 되어 서로 좋지 못한 말이 오가며 관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너무 늦은 시간이 아니면 늘 허락해주는 엄마로 아이에게 라벨링 해놓았다.
아이도 그런 엄마인 걸 알기에 불만을 갖지 않고 허락을 받는 것도 두려워 하지 않으며 늦을 것 같으면 미리 전화하는 습관이 꽤 잘 들었다. 그러니 아이도 통금시간을 잘 지키게 되고 그 덕분에 이로 인한 우리 모녀 갈등은 더 이상 없게 되었다.
<알쓸신잡>,<세바시>등 다수의 방송출연과 유튜브를 통해 뇌과학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눠주고 있는 뇌과학자 장동선박사는
"남남 일때는 상대의 눈치를 보게 되는데 가깝고 가족이라는 관계가 되고 사랑을 하게 되면서 상대를 내 신체의 일부라고 생각하게 된다.
'내 몸은 내 말을 잘 들어야 해'라며 통제 욕가가 상대한테도 생기게 된다. 그런데 상대가 통제가 되지 않으면 화가나게 되는 것이다"
"통제욕구를 버리고 나부터 바꿔야 한다"
고 조언한다. 가깝다는 이유로 더 통제하려 하거나 쉽게 화를 내고 상처를 주었다면 지금부터 나의 감성지능을 높이고 가족관계를 긍정적으로 형성하고 회복,개선하기 위해 지금까지 나를 들여다 봤다면 다음 장에서는 나를 더 깊게 이해하는 시간을 함께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