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그는 떠났고 나는 남았다.

by 지오쌤

"사랑하는 사람이 죽고, 나는 글을 쓴다.

그것은 내가 죽지 않기 위해서다"

-롤랑 바르트-


남편이 죽었다.

언젠가 닥칠 일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날이 오늘이 될 줄은 몰랐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죽음을 미리 학습하지 않는다.


그 거대한 과업을 수행하는 자의 슬픔이

어떤 무게인지, 남겨진 이들의 아픔이 어떤 감정인지

그 누구도 짐작하지 못한다.


그날 내게 일어난 이 일이

앞으로 내 삶에 어떤 파장을 남길지 나는 알지 못했다.

가버린 자는 말이 없고, 남은 자들만이 분주했다.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입는 옷을 입고 누워 있는 그에게

우리는 공허한 말들만 흘려보냈다.


나와 두 딸, 그리고 사위는 검은 상복을 입었다.

슬픔은 선택된 자들의 몫처럼 느껴졌다.

마땅히 상복을 입을 사람도 있었지만 그는 오지 않았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가 버린 사람에게

나는 문득 관대해진 걸까.


꽃재단이 만들어지고, 제사상이 차려지고

그의 생애 중 가장 크게 확대된 사진이 영상으로 제단 위에 설치되었다.

1년 전 딸의 결혼식 때 찍은 사진이다.


그는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듯 보였다.

우리 가족만이 아는 슬픈 웃음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겨진 자들을 관조하듯 바라보는 연민의 눈빛과

고해의 세상을 벗어나 홀가분해진 감정이 동시에 느껴졌다.

마치 나에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이미 알고 있는 사람처럼, 그의 눈은 눈물로 가득 차 있었다.


"나 같은 놈은 결혼하지 말았어야 했어."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하고, 항암 치료를 견디며

자신 안으로 깊이 파고들던 남편은 어느 날 혼잣말처럼 말했다.


나도 자주 그렇게 생각했다.

"나 같은 년도 결혼하지 말았어야 했어".


지금 와서 하는 후회와 회한이

나를 제자리에 묶어두는 일임을 안다.

알면서도, 빠져나오지 못할 때가 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서

나는 진한 어둠과 하나 되기를 간절히 염원했었다.


이제 나는 누구인가.

누군가의 아내가 아닌 '나'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는 떠났고, 나는 남았다.

그 단순한 진실이 묘하게도 나를 자유롭게 만들었다.

그를 보내고서야

나는 나 자신에게 진짜 말을 걸 수 있게 되었다.

아이를 출근시키고

나만 남은 텅 빈 시간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깨진 유리 조각처럼

피하지 않으면 베이는 것들이 내 삶의 모퉁이에서 뒹굴었다.

때로는 내 손에 쥐어진 돌멩이 같기도 했다.


그러다 울랑바르트의 <애도일기>를 읽었다.

그는 말했다.

"상실을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쓰는 것이 말하는 것보다 더 진실에 가깝다."

그 문장에서 나는 허락을 받았다.

슬픔은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다만 써도 괜찮다는 것.


그제야 내 눈물이 멈추었다.

아니, 멈춘 게 아니라

흘러도

괜찮아졌다고 말해주는 책 한 권을 만난 것이다.

이 글은 나의 해방에 대한 기록이다.




이 소설은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한 이야기입니다. 일부 사건과 인물은 허구이며, 실존 인물이나 단체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다음 편 '아기염소 노래와 아이들 역할놀이'속에 담긴 작은 기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