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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캔자스

by 정윤호

오클라호마주에서 출발해 도착한 곳, 캔자스 주에서는 캔자스 시티에 머물기로 했어요. 우리는 한 번에 많은 주를 찍기 위해 가능한 주의 경계를 여행하는데 이번 숙소위치를 확인하면서 재밌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캔자스 시티는 무조건 캔자스 주에 있을 것이라는 내 생각과는 달리 일부는 미주리 주에 속해 있고 일부는 캔자스 주에 속해 있었어요. 미주리주, 캔자스 시티가 주소인 지역이 있는 것이에요. 처음에는 지도가 오류일 것이라고 생각해서 확인하고, 또 확인했지만 진짜 그것이 맞는 주소였어요. 그래서 우리는 캔자스 주의 캔자스 시티에 있는 호텔에 머물면서 산책으로 캔자스 시티에 있는 미주리 주를 다녀오게 됐어요.


미주리와 캔자스주를 넘나들며 했던 산책이 어느 때보다 평화롭게 느껴졌기 때문인지 엄마와 아빠는 아직까지도 캔자스 시티에서 노년을 보내고 싶다는 말씀을 하세요. 한식당이 맛도 좋고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저는 미국에서 살게 된다면 다시 산호세로 와서 지금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지내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평화롭고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캔자스주 에서라면 산호세 보다는 분명히 공부를 조금 더 평화롭고 차분하게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게다가 캔자스 시티의 마켓에서는 좋은 일이 많이 생겨서 저도 이곳에 살아도 괜찮다는 결론을 내렸지요.


그 이유는 헨 하우스라는 마트로 물과 과자를 사러 들어갔다가 새로운 프라임을 발견했거든요! 바로, 패트릭 마홈즈 에디션! 2023년도 슈퍼볼 우승팀 캔자스 시티 치프스, 그리고 그 해의 MVP선수 패트릭 마홈즈가 프라임과 함께 만든 한정판이에요. 즉, 캘리포니아에서는 살 수 없는 아주 귀한 프라임을 만난 것이에요. 사실 23-24 NFL SUPER BOWL은 캔자스시티&샌프란시스코의 경기였어요. 캔자스가 승리를 하기도 했지만 제가 보기엔 처음부터 일방적인 경기였어요. 테일러 스위프트가 캔자스팀에 있는 남자친구 트레비스 켈시를 응원하러 헬기를 타고 라스베이거스로 날아온 상황까지 더해져 경기는 승패에 관계없이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분위기가 우세한 느낌이었거든요. 그 당시 저는 우리 동네 팀 샌프란시스코 49 ers응원을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전패를 당하며 슈퍼볼을 놓친 것을 속상해했지만 여행을 하면서 패트릭 마홈즈선수를 기념하는 프라임을 찾은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에요. 학교에 들고 가서 리세스시간에 병을 따는 순간을 상상하니 짜릿했어요.

그 뒤로도, 혹시 새로운 프라임이 있을까 열심히 마트에 들락날락거렸어요. 그러다 한국마켓까지 가게 되었는데 산호세에 있는 한국마켓들과 비교하면 한눈에 봐도 훨씬 작아 보였어요. 하지만 새로운 프라임을 발견한 것만큼이나 기억에는 오래 남는 마트예요. 그 작은 가게 안에서 산호세에서 찾지 못했던 내가 좋아하는 김과자와 비상식량으로 컵밥까지 사고 싶은 것을 모두 살 수 있었거든요. 이곳에서 살았다면 아마 우리 가족은 한식을 훨씬 더 귀하게 여겼을 것 같아요. 가게를 나서면서 미국에서 내가 사는 지역이 그동안 얼마나 대단한 변화가 있었던 곳인지 실감 났어요.

이런 변화를 기꺼이 받아준 캘리포니아와, 아직까지는 큰 변화가 없더라도 한국의 모습을 찾을 수 있는 캔자스까지 이제는 모두 내가 사랑할 수 있는 곳이에요. 그리고 시간이 또 흘러 엄마, 아빠의 노년이 미국땅 어느 곳에 있더라도 저는 함께 그곳을 즐기며 평화롭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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