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부터 엄마는 아빠와 저에게 5k 달리기 완주 미션을 주셨어요. 오랫동안 거절하다가 엄마의 All-day 게임시간 제안에 한순간 현혹되어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도 못하고 수락을 했어요…. 그래서 여행 중에도 가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있을 5K Run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틈틈이 호텔에서 다 함께 운동을 했고, 지난여름 한국 방문 때는 습도가 높은 아침에 지상에서 수영을 하는 기분으로 아파트 단지를 뛰면서 연습을 했어요. 집에서는 변명의 여지 없이 엄마의 진두지휘 아래 동네한바퀴를 돌아야 했고요.
7월, 독립기념일에는 실전을 익히기 위해 동네에서 하는 5K Run에도 참여했어요. 이때 퍼레이드 플로트 미팅에서 만날 때마다 나를 무시했던 무리 중 한 명이 갑자기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해줬어요. 저는 알아요.. 그 형은 내 옆에 아빠가 있고, 주변에 몇몇 다른 어른들이 있었기 때문에 나에게 인사했다는 것을요. 나에게 인사하면 본인이 괜찮은 사람처럼 보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나의 기분 따위는 상관없이 인사한 것을요. 저는 시큰둥하게 인사를 받았어요. 그럼 제가 상대방 보다 더 부족한 아이가 된다는 것도 알아요. 반갑게 인사를 받았어야 하지만 저는 그럴 수 없었지요. 이런 상황이 미국 소셜에서 제가 경험한 증오하는 부분이에요.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상처받지 않아요. 그것을 초월할 만큼 저는 성장하고 강해졌고, 저를 이렇게 강하게 만들어 준 곳도 바로 이곳, 미국에서 소셜활동의 결과라고 생각해요. 마침내 달리기 이벤트가 시작되고 나의 기분을 엉망으로 만드는 무리들이 저만치 앞으로 치고 나가지만 저는 또 괜찮아요. 아무리 꼴찌라도 우리의 목표, 골인 지점에만 도달하면 된다고 제 옆에서 응원 해주며 함께 달리고 있는 엄마와 아빠가 있으니까요. 내가 달리는 이 시간은 바로 나를 위한 것이니까요. 게다가 골인 지점에 들어왔을 때는 진심으로 우리 가족의 성공에 환호를 보내주었던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아이오와 주를 검색했을 때 공동체 의식이 강하다는 한 줄이 나의 러닝 연습을 떠올리게 했어요. 공동체. 과연 내가 이곳에서 산다면 이 공동체 의식에 내 의식이 포함될까?
덴버의 기차역에서 기념품가게 아저씨가 말하길, 우리가 덴버에서 내리지 않았다면 아이오와의 끝없는 옥수수밭을 10시간도 넘게 봤을 것이라고 했는데 정말 아이오와주에 와 보니 지루함이 너무 잘 어울리는 농촌이었어요. 텔레비전의 정지화면을 보는 것 같다는 농담이 진담으로 바뀌는 장면이었어요. 아마 이곳의 이런 분위기 때문에 지역문화와 공동체의식이 강해진 것 같아요.
아이오와 주에서 우리가 멈추는 목적지는 사우스다코타의 수폴스로 향하는 경로 중 들를 수 있고, 엄마가 볼 때 개성 있어 보이며, 아빠를 만족시킬 수 있는 가격이 있는 주유소와 가까이 있는 카페였어요. 도착 전까지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알 길은 없었지만 우리의 목적지는 그렇게 정해졌어요.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곳은 하루에 5명 정도 들를 것 같은 지역 커뮤니티에서 운영하는 카페였어요. 커뮤니티라니! 인터넷 검색이 마치 내 생각을 몰래 보고 안내한 장소 같아서 놀라웠어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갑자기 이상한 곳으로 떨어졌다면 이런 기분이었을까요? 분명히 낯설지 않은 미국의 모습인데 낯선 모습의 마을. 작은 마을에 있는 주유소와 건물들은 한두 번 본모습 같았지만 오묘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어요. 중앙에 자리 잡고 있던 커뮤니티 센터는 건물의 위풍과는 차이 있게 사람들의 발길이 전혀 느껴지지 않기도 했고요. 하지만 카페를 포함해 이 근처의 건물은 모두 커뮤니티와 관계가 있는 곳처럼 보였어요. 게다가 카페에서 커피를 내려주신 아줌마는 동양인을 태어나서 처음 봤을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아마 그곳의 마을 행사가 있다면 모두들 나와서 우리를 신기하게 바라봤을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를 환영해 주는 사람 반, 뾰루뚱하게 바라보는 사람 반의 눈길을 견뎌야 하는 행사가 되지 않을까 라는 장면이 저를 휘감고 지나갔어요.
공동체라는 것은 참 신기해요. 때로는 이기적이어 보일 때가 있거든요. 이렇게 지나가다가 음료수 한잔을 위해 들르면 언제나 나를 환영해 주는 곳이 되지만, 내가 그곳에 있겠다고 하면 아무리 노력해도 그들이 받아주기 싫으면 들어갈 수 없기도 하니까요.
Not Just Coffee, Community라는 문구가 간판보다 더 크게 자리 잡고 있는 카페는 내가 이곳을 스쳐 지나가는 여행객이라 다행스럽게 느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