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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네브래스카

by 정윤호

네브래스카 주에 머무는 동안 오마하를 오하마와 헷갈려하는 아빠를 놀리느라 바빴어요. 결국에는 아직도 아빠와 나, 둘 다 오마하와 오하마가 헷갈리게 됐지만……. 정답은 우리는 오마하에 머물렀습니다. 오마하까지 오는 길은 길었어요. 변화 없는 밭의 풍경에 지루할 즈음 마침내 다운타운에 자리 잡은 호텔에 도착하였더니 도시 문명처럼 느껴지는 상점들을 구경하고 싶어 졌어요. 그렇게 둘러본 다운타운의 기념품 가게에서는 중부지방의 매력을 배울 수 있었어요. 엄마도 한국의 중부지방 출신이어서 조금 통하는 게 있는 것 같다며 재밌어하셨어요.



오마하로 오는 길에서 봤던 끝없이 펼쳐진 밀밭을 보고아침으로 빵을 구워서 파는 곳에 가기로 했어요. 바닷가에 가면 특별히 맛있는 회를 먹을 수 있듯이 이런 곳에서는 밀빵이 정말 맛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온라인으로 검색한 곳을 찾아가서 샌드위치를 먹었어요. 일반 가정집 같은 곳에 있는 카페에서 아줌마 혼자 빵도 굽고, 샌드위치도 만들어 파는 곳이었어요. 얼마나 좋은 밀 인지는 알 길은 없었으나, 괜히 빵맛이 더 좋은 것 같았어요. 주문한 샌드위치를 기다리는 동안 먹으라고 빵을 한 조각 크게 잘라주시고, 게다가 엄마가 뒤늦게 커피를 마시며 추가결재를 하려고 하니 됐다고 손사래 치시는 주인아줌마의 모습이 이 카페를 더욱 특별한 곳으로 만들었어요. 그리고 분명히 좋은 밀을 들여와서 만들 것이라는 믿음이 더 높아졌어요. 사실 이때부터는 밀의 품질은 중요하지 않았어요. 결론은 이 아침메뉴로 인해 “좋은 밀로 빵을 굽는 네브래스카“가 되었지요.


이번 여행의 시작이 아빠의 소원이었던 기차여행이었던 만큼, 기차역에 대한 관심도 커졌는데 때마침 우리가 덴버까지 타고 왔던 기차가 이곳을 지난다고 해서 기차역 구경도 가보고 이 시기에 커피투어에 열정을 쏟던 엄마가 선택한 별점 5점 만점자리 카페를 찾아 나서기도 했어요. 불평 없이 따라나서면 저도 핫초코 정도는 얻어 마실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아침 샌드위치 가게부터 조금 낡은 마을에 있는 곳으로 다녀오고 물을 사러 들른 슈퍼마켓도 무서운 분위기였는데… 커피집이 절정으로. 별점 5점 만점의 카페는 진짜 감옥과 주차장을 공유하고 있는 감옥 바로 앞에 있는 카페였어요. 우리는 한바탕 웃고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그대로 그곳을 빠져나왔지요. 여행은 이럴 때 정말 재미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교정시설에서 마시는 커피는 속이 타서 어떤 맛이든 별점 5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며 엄마는 그냥 지나친 커피맛에 아쉬움을 남기지 않았어요. 그저 우리는 한바탕 웃으며 그 상황을 넘기고, 당황한 마음에 기차역에도 내리지 못하고 ”드라이브 스루“관광으로 마쳤어요. 그 누구보다 저는 공포감을 절정으로 느끼면서 교정시설에 가는 일은 절대 없어야겠다는 아주 큰 교훈을 얻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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