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야하지 않은 야한 이야기
내 바로 손위 언니의 친구는 바이올리니스트이다.
그 언니는 일찍이 인간과의 결혼을 포기하고 음악과 결혼한 ‘비혼주의자’였다.
친구들이 결혼을 하건 말건 애를 쌍둥이로 셋을 뽑건 넷을 뽑건 독야청청, 초지일관하여 41살까지 비혼(非婚)이라는 자신의 신념을 굳게 지켰다.
그런 언니가 어느 날 남자 사람과의 결혼을 선포했다.
음악을 배신하고 남자를 선택하다니…도대체 얼마나 멋진 남자이기에 언니의 그 굳센 신념을 단 몇 달 만에 바꿔버렸을까?
언니는 엄마가 여차저차해서 마지못해 공부를 아주 잘해서 서울 모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는 코오롱맨(코오롱에 다니는 남자 사람)과 선을 봤다.
그리고 언니는 그날 코오롱맨에게 반했다.
여자가 남자한테 반하는 포인트는 단순히 재력이나 외모가 아니다.
어떤 여자는 순수함에,
어떤 여자는 턱없는 자신감에,
어떤 여자는 축구에 대한 열정에 반하기도 한다.
그 언니는 코오롱맨의 머리카락에 반했다.
그의 머리카락은 숯댕이처럼 검고 숱이 몹시 많았으며 매우 가지런하고 단정했던 것이다.
언니의 아버지는 심한 민머리였고 언니는 그것을 몹시 싫어했으며 자신의 아들이 민머리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증에 시달리며 살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그 언니가 비혼을 고수한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했다.
여차저차해서 여차저차한 후에 그들은 초고속으로 결혼 날짜를 잡았다.
그리고 마흔 한 살과 마흔 네 살인 그들은 기왕 서두른 김에 속궁합도 서두르기로 하고 어느 날 거사를 치렀다.
여기서부터 야해지니 19살 이하의 청소년은 눈을 감으시든지 마시든지 니 맘대로 하시라.
어쨌거나 이 음탕한 연인들은 여차저차한 다음에 여차저차에 가서 여차저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차저차한 다음, 언니는 여차저차한 찰나에 코오롱맨의 머리카락을 잡고 몸을 심하게 꼬았다.
훌러덩~~~
언니의 손을 통해 언니가 느낀 것은 여차저차가 아니라 매우 거시기한 가발의 촉감이었다.
그러니까 언니가 반했던 그 숯덩이처럼 검고 숱 많은 머리카락은 잘 만들어진 고급 가발이었던 것이다.
코오롱맨은 공부는 상위권이었으나 여자에 대한 특히 성에 대한 지식은 하위권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었으므로 여자가 남자의 머리카락을 잡아 뜯는 요상한 사태가 출산 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가발을 손에 든 언니는 매우 당황했다. 그러나 코오롱맨을 여차처자해서 여차저차했기 때문에 이에 굴하지 않고 이렇게 다짐하고는 곧 2차전에 돌입했다.
-내 일찍이 악기와도 사랑에 빠졌거늘 이까짓 민머리쯤이야. 더구나 이 남자는 너무도 순진하고 순수한 사람이 아니던가!
그렇게 언니는 음악과 결별하고 남자 사람을 택하였음은 물론이고 나아가 민머리까지 수용한 넉넉한 여자로 거듭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