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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i Nov 09. 2024

고요함을 깨는 아이들의 순간을 기록하다

24/11/9 SAT. AM10:16

카페의 정적을 깨는 그녀들의 순간을 기록하다.

2024년 11월 9일 토요일 오전 10시 16분.

오늘따라 유독 내 취향의 빵들이 많다.

피자빵 2개와 소금빵 1개, 치즈 고로케를 산다.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 순간 카페의 정적이 깨진다.

이것이 바로 아이들의 힘이지.

큰 아이는 핸드폰을 가지고 동생 손을 잡고 다른 테이블로 가서 자리에 앉는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골똘히 뭔가 보고 있다.

너희가 보는 게 유O브 밖에 더 있겠니?

작은 아이가 한글 공부를 위해 들고 온 책을 펼친다.

그러더니 하는 말.

“엄마, 이거 다 하면 다O소 간다고 했지?”

처음 듣는 소리지만 조용히 고개만 끄덕인다.

12월생이라 불안한 게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자연스레 큰 아이도 학습지를 꺼낸다.

그렇지. 내가 바라던 모습이 이런 거야.

포도와 바나나의 그림 밑에 ‘과일’이라는 두 글자가 적혀있다.

작은 아이에게 글자를 읽어보라고 했다.

그녀는 아주 당당히 말했다.

“포도 바나나”

우리 열심히 하는데 의미를 두자.

큰 아이는 동생의 한글공부가 못마땅한가 보다.

가만히 지켜보더니 한마디 한다.

”하고 싶은데 까지 하면 돼. “

우리 집 한글 선생님은 마음이 참 너그럽다.

저 멀리 두번째로 정적을 깨는 소리가 들린다.

세상 귀한 아기 옹알이 소리.

눈은 아이들을 향해 있으면서 내 귀는 아기 소리에 집중한다.

큰 아이는 동생에게 한글 알려주는 게 재밌는지 신나게 이야기한다.

“적고 싶은 한글 아무거나 적어봐. 마음껏 적어도 되고 상상해서 적어도 돼.(무슨 말이지?)“

한 번씩 동생 공부 시켜주더니 이제는 나름 그럴싸하다.

방금 작은 아이가 빵을 달라고 했다

큰 아이가 그 빵을 집으면서 자기가 떼어주겠단다.

한 조각 떼더니 자연스레 본인 입 속으로 쏙.

“동생 주려던 거 아니야?”

깜빡했다는 듯 웃는다.

이럴 때 보면 고작 8살밖에 안된 어린아이다.

익숙한 사람이 우리를 향해 걸어온다.

아이들이 최고로 사랑하는 외할머니다.

그때 큰 아이가 말한다.

“할머니. 아프리카 갔다 왔어? 사자가 돼서 왔는데?”

아무래도 어제 한 머리가 꽤나 뽀글뽀글 한가보다.

역시 외할머니 등장에 아이들의 입은 쉴 새 없다.

종알종알 아이들의 목소리에 덩달아 행복해진다.

남은 시간도 정신없이 즐겁게 보내자 공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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