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단과의 전쟁
일본으로 떠나는 가족여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미리 쌤한테 선전포고를 했다.
"쌤. 저 일본 가자마자 편의점부터 갈 거예요!"
나름 당당했다.
믿는 구석도 없으면서.
쌤도 나만큼 당당히 말했다.
"네! 그럼 편의점에서 하루에 하나씩만 드세요."
당당한 데는 다 이유가 있구나. 치사하다.
이어서 운동 한 세트 후 쉬는 시간.
"회원님. 그래도 일본 라면은 꼭 드시고 오세요. 맛집 알려드릴게요."
속으로 생각했다.
'융통성이 아예 없는 사람은 아니었나 보네. 다행이다.'
그는 이어서 말했다.
"대신.... 한 그릇으로 아이들이랑 나눠 드세요."
웃고 있었다.
완전 치사해.
한 달 만에 처음으로 아침 오트밀 대신 통밀빵과 피넛버터를 먹었다.
단 맛이라고는 1도 없는 100% 땅콩이지만 감격스러운 맛.
수업 도중 갑자기 생각나서 쌤한테 물었다.
"피넛버터는 되는데 왜 사과는 안되는 거예요?"
두 눈을 번쩍 뜨고 그가 말했다.
"누가요?"
내가 이럴 줄 알았지.
나는 0.1초 만에 대답했다.
"니가요."
본인 회원님들 중 사과 안된다고 한 분은 한 명도 없단다.
근데 나한텐 왜 그러는 거냐고!
가끔씩 식단사진을 보내지 않아도 모르는 눈치였다.
(대신 아주 가끔씩만)
어제저녁 사진을 아주 자연스레 보내지 않았다.
이왕 먹을 거 모르게 먹자 하는 생각이랄까.
성공했다 싶은 순간, 수업 도중 그가 물었다.
"근데 어제저녁엔 뭐 드셨어요?"
그는 기억을 떠올리려 애쓰고 있었다.
보내지 않았으니 생각날 것도 없을 텐데 말이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다음 운동 시작!
매 수업마다 하나씩 새로운 게 생긴다.
예를 들면 먹어도 되는 음식이라던가...
쌤한테 매번 묻는다.
"먹어도 되는 것들 중에 더 이상 숨기는 거 없어요?"
그는 항상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이번엔 진짜 없어요."
1주일이 흘러 다음 수업이 되면 또다시 등장.
오늘은 그게 사과였다.
언젠가 쌤도 이 글을 볼 날을 기대하며 말한다.
"기억을 좀 하십시다. 선. 생. 님."
나도 웃으면서 말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