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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i Nov 05. 2024

지겹도록 싸우는 딸들의 순간

24/11/05 TUE. PM5:57

두 딸의 유치한 순간을 기록하다.

2024년 11월 5일 화요일 오후 5시 57분

저녁 식사 후 평화로운 시간.

두 아이는 함께 놀이방에서 얼마나 갈지 모를 평온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분명히 곧 싸울 걸 알기에 나는 노트북을 켜고 기다리고 있다.

언젠가 꼭 한 번은 그 순간을 남기고 싶었으니까.

큰 아이가 갑자기 거실로 나와서는 나에게 묻는다.

"엄마, 지금 뭐 쓰고 있어?"

새어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으며 대답한다.

"너희 싸우는 거 적으려고 기다리고 있지."

가벼운 발걸음으로 동생에게 가더니 하는 말.

"우리 더 재밌게 놀자. 엄마가 싸우는 거 적을 거래!"

큰 아이 때문에 오늘 글을 못 쓸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불안해진다.

그때 작은 아이가 다가와서 한마디 하고 간다.

"엄마. 우리 지금 싸우고 있어!"

불안감은 점점 더 커진다.

안되는데.... 오늘 글 써야 하는데....

그냥 무엇에 대해 쓰는 건지 말하지 말걸.

청개구리 심보를 너무 얕봤네.

평소에는 매일같이 싸우면서 오늘따라 왜들 저러는지 모르겠다.

싸우는 순간을 기다리다 보니 벌써 30분이 지나간다.

매일 그냥 노트북 켜놓고 싸우는 거 쓰는 중이라고 할까?

이렇게만 잘 지내주면 바랄 게 없을 텐데...

큰 아이가 TV에 집중한 사이 작은 아이는 몰래 언니방으로 향한다.

뒤꿈치 들고 살금살금 가는 모습이 참 하찮고 귀엽다.

보통 큰 아이가 조용하면 아무도 찾지 않지만 작은 아이가 조용하면 누구라도 그녀를 찾게 된다.

이유를 굳이 말하지 않아도 대부분은 공감하겠지.

1시간째 노트북 앞에서 기다리는 중에 갑자기 들리는 소리.

"이 성질부리는 똥꼬!"

아니 똥꼬라는 말은 왜 나오는 거야?

그럼 그렇지. 너희가 조용히 넘어갈 리 없지.

근데 갑자기 현타가 온다.

아이들이 싸우는 걸 기다리는 엄마라... 조금 이상하긴 한데?

이것도 내 기분이 좋으니까 하는 거지.

평소였으면....(뒷말 삭제)

이제 그만 육퇴 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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