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1/02 SAT. AM11:31
베이커리 카페에서의 불쌍한 순간을 기록하다.
2024년 11월 02일 토요일 오전 11시 31분
주말마다 가는 베이커리 카페 중 한 곳에 와있다.
아이들과 신랑의 취향을 고려하여 빵을 고른다.
누가? 내가.(먹지도 못하면서)
테이블에 빵을 놓는 순간 아이들의 포크질은 시작된다.
소금빵을 하나 들고선 반으로 나눠 먹기 시작한다.
내 귓가에는 바삭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그 와중에 둘째 아이는 소금만 뜯어먹고 있다.
나는 그저 맛있냐고 물어본다.
큰 아이는 빵을 조금 뜯어주며 “한 입 먹을래?”
작은 아이는 한마디를 하고 사라졌다.
“사랑해.”
“……….”
손만 뻗으면 빵이 이렇게나 많은데 씁쓸히 커피만 마신다.
가방 속에 소중히 가져온 미니미한 다크초콜릿 하나에 눈길이 간다.
집에서 나온 지 30분도 안됐는데….
정신 차려! 나 자신아!
신랑의 포크질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위기감을 느낀 아이들은 분주히 움직인다.
큰 아이가 에그타르트를 달란다.
먹으라고 줬더니 작은 아이가 말한다.
“어? 그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데?”
이상하다. 여기 오면서 에그타르트 먹는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말이다.
작은 아이는 한 입 먹더니 날 쳐다본다.
아이의 입꼬리는 한껏 내려가있다.
처음 먹는 게 분명하다.
카페에 가득한 빵 냄새가 갑자기 진해지기 시작한다.
갓 구워진 빵이 나오는 시간이다.
내가 못 먹으니 계속해서 아이들에게 묻는다.
“너희 빵 안 먹을 거야?”
자꾸 물으니 옆에 있던 신랑이 웃는다.
신랑도 내가 불쌍한가 보다.
나를 제외한 세 명이서 오물거리는 걸 보는데 왜 이렇게 얄밉지?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갑자기 큰 아이가 말한다.
“엄마, 오늘 점심은 김치볶음밥 해줘!”
아무래도 주부는 다이어트하기 너무 힘든 것 같다.
그때 작은 아이가 나를 쳐다보면서 빵을 먹는다.
“왜 쳐다봐?”라고 물었더니
“훗.” 하고 사라진다.
다이어트….정말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