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1/14 THU. PM1:37
큰 아이와 함께 한 카페 데이트의 순간을 기록하다.
2024년 11월 14일 목요일 오후 1시 37분.
글을 쓰기 시작하니 바로 관심을 보이는 큰 딸.
멋쩍은 웃음과 함께 가지고 온 색연필로 색칠을 한다.
겨우 리본 하나 색칠해 놓고 예쁘냐고 물어보는 딸.
집중의 순간인지 또다시 혀가 빼꼼히 나와있다.
그녀의 귀여운 버릇 중 하나이다.
다O소에서 산 수면양말을 보여주니 딸이 하는 말.
“엄마. 내가 고등학생 되면 같이 신을 수 있어?”
생각만 해도 설레는데 조금 징그럽기도 하다.
주문한 음료가 나왔다.
뚜껑 없는 컵에 익숙지 않아 사고 친 적이 많은 딸.
두 손으로 컵을 잡고 들려는 순간.
“하지 마. “
하루 중 가장 많이 하는 말인 듯 하다.
색칠을 하다 다시 음료를 마시는 큰 아이.
마치 잘 해냈다는 듯 나를 보고 씩 웃는다.
귀엽다 귀여워.
필통 안에 있는 색연필이 답답했는지 다 꺼낸다.
한껏 펼쳐놓고 신나게 색칠한다.
큰 아이와의 순간을 글로 기록하기 위해 그녀를 관찰 중인 이 순간이 문득 행복해진다.
일단 작은 아이가 없어서 조용한 게 한 몫한 듯하다.
“동생 없으니까 조용하지?”
큰 아이는 1초 만에 대답한다.
“응! 완. 전. 좋. 아!”
학교에서 언제가 가장 재밌는지 물었다.
“점심 먹고 나서 놀 때가 가장 재밌어. 자유롭게 놀 수 있잖아. “
딱 초등학생 다운 대답이다.
이번엔 언제가 가장 싫은지 물었더니 하는 말.
“운동장에 놀러 나가려 했는데 다 같이 말 안 들어서 다시 교실에서 수업할 때가 제일 싫어.”
끝난 줄 알았는데 마지막 한마디.
“엄마. 근데 내가 말 안 들은 건 아니다?!”
색연필 하나를 쥔 손으로 음료수의 빨대를 잡는다.
그러더니 빨대 대신 색연필을 쪽쪽 빨고 있는 아이.
“그거 빨대 아니야…”
헤헤거리며 웃는 표정에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작은 리본 하나를 남겨두길래 왜 색칠 안 하냐 물었다.
가장 어려운 거라 맨 마지막에 할 거란다.
그냥 리본인데 왜 라고 물으니 하는 말.
“그라데이션 넣을 거라서 어려운 거야.”
이야.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웠을까?
열심히 한 색칠도 마무리가 되어가는 듯하다.
혼자보기 아까우니 여기에도 올려야지.
완성하자마자 나는 다음 그림을 내밀었다.
큰 아이는 말한다.
“근데 엄마. 집에 언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