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도 춤추게 하는 고수들, 코트 위의 조력자들

초심자의 마음에 불꽃을 지피는 그들만의 품격

by 윤슬

배드민턴 클럽이라는 작은 사회에는 참으로 다양한 군상이 모인다.


라켓 하나로 세상을 평정할 듯 날카로운 스매시를 꽂아 넣는 이가 있는가 하면, 코트 구석구석을 유령처럼 누비며 수비의 정석을 보여주는 이도 있다.

하지만 그 많은 사람 중에서도 초심자인 내 마음을 가장 설레게 하는 이들은, 화려한 기술을 가진 자가 아니라 고래도 춤추게 할 만큼 따뜻한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다.


​우리 클럽은 운이 좋게도 소위 말하는 ‘고수’들이 초심자를 귀찮아하지 않고 기꺼이 받아주는 분위기다.

하지만 고수라고 해서 다 같은 고수는 아니다. 어떤 이는 나의 미숙함을 묵묵히 견뎌주고, 어떤 이는 조용히 기술적 조언을 건넨다.


그중에서도 단연 빛나는 유형은, 나의 터무니없는 실수조차 긍정의 에너지로 승화시켜 주는 이들이다.
​내가 엔드라인을 한참 벗어나게 셔틀콕을 날려 보내는 날이 있다. 누가 봐도 명백한 ‘홈런’이고 실점이다. 어깨가 절로 움츠러들며 “죄송합니다”가 입술 끝까지 차오를 때, 그들은 나보다 먼저 선수를 친다.


​“와, 힘 진짜 좋으시네! 아깝다!”


​실패를 ‘힘이 좋다’는 가능성으로 치환해 주는 그 말 한마디에, 무거웠던 라켓이 다시 가벼워진다.

심지어 가장 기초적인 실수인 서비스가 네트에 걸려 허무하게 점수를 내줄 때도, 그들은 인상을 쓰기는커녕 “괜찮아요, 네트에 바짝 붙이는거 맞아요”라며 나의 의도를 먼저 읽어준다.
어쩌다 운 좋게, 정말 소위 말하는 ‘뽀록’으로 얻어걸린 스매시 하나가 상대 코트에 꽂히는 순간, 그들은 코트가 떠나가라 “나이스!”를 외쳐준다. 그 우렁찬 함성은 마치 내가 결승전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린 국가대표라도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뿐만이 아니다. 점수를 따든 잃든 랠리가 끝날 때마다 다가와 건네는 하이파이브나, 네트 너머로 가볍게 라켓을 맞대는 네트 터치는 내 안의 작은 열정에 기름을 붓는다.

그 짧은 접촉을 통해 그들은 말한다. ‘우리는 한 팀이고, 당신은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말이다. 그 따뜻한 접촉은 더 잘하고 싶다는 내 마음의 불쏘시개가 되어, 다음 셔틀콕을 향해 한 발짝 더 내딛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진정한 고수란 단순히 셔틀콕을 원하는 곳에 보낼 줄 아는 사람이 아니다. 함께 뛰는 파트너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살피고, 그 마음이 바닥으로 떨어지기 전에 부드럽게 받아올려 다시 코트 위로 띄워줄 줄 아는 사람이다.


오늘도 나는 그들의 칭찬 세례 속에서 신나게 코트를 누빈다. 내가 휘두르는 것은 라켓이 아니라 그들이 심어준 자신감이다. 언젠가 나도 구력이 쌓여 누군가의 선배가 되었을 때, 나처럼 서툰 초심자에게 이 따뜻한 불꽃을 전해줄 수 있을까. 고래를 춤추게 했던 그들의 품격 있는 언어들이 내 가슴 속에 셔틀콕처럼 깊이 박히는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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