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제주도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나는 제주도라고 하면 휴양지의 상징인 길쭉길쭉 기다란 야자수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아마도 제주공항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느낄 수 있는 제주도의 풍경이라 그렇게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다. 다음으로는 구멍이 숭숭 뚫린 까만 돌, 높디높은 한라산과 작아도 그 위엄을 느끼게 해주는 산방산, 일출의 상징 성산일출봉, 드넓은 초원에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여유로움의 상징인 말. 그리고 넓디넓은 바다와 해녀, 그리고 돌고래 등이 차례대로 머릿속에 떠오른다.
제주도는 섬 전체가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멋진 작품과도 같다. 내 눈에만 아름다운 경관이 아니라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가 인정한 자연 과학 분야에서 3관왕을 차지한 그야말로 모든 이의 눈에도 아름다울 그럼 섬이다. 2007년에는 세계 자연 유산으로, 2010년에는 세계 지질 공원으로 선정된 명실상부 아름다움을 지닌 섬이다.
슬쩍 여행으로 둘러본 제주가 이토록 아름다운데 제주 동서남북 곳곳에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들이 숨어 있을지 많은 기대를 해본다. 제주의 숨은 명소와 동서남북을 오롯이 모두 느끼는 제주살이를 꿈꾸고 있다. 어쩌면 꼭 제주여야만 하는 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운 휴양지의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싶은 나의 마음이 제주에 반영되었을지도. 그러나 내가 제주의 삶을 꿈꾸기 시작하자, 휴양지와는 조금 다른 제주만의 특별한 전통과 아름다움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것이 나에게는 또 다른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그 신선함은 곧 크나큰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우리가 꿈꾸는 제주의 일년살이의 첫 포인트는 사실 집이었다. 우선 제주살이를 선택하고 실행에 옮기려면 집을 구해야 했다. 사실 우리는 제주의 전통 집을 꿈꿨다. 지금 와 생각해 보면 구옥살이가 보통은 아닐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제주도에 산다면, 일부러 도시의 복잡함을 포기하고 제주를 선택했다면, 제주의 전통이 반영되어있는 구옥이면 제격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 구옥에 우리만의 색깔을 담아 꾸며낸다면 더 없이 멋진 선택이 될 것 같았다. 서까래가 드러나는 제주 전통 가옥에 자연과 어우러진 조그마한 잔디가 있는 마당이 있고, 내 허리춤까지 오는 까만 돌담이 ‘이곳이 우리 집이다.’ 하는 우리 집의 경계를 알려주는. 키가 크지 않은 조그마한 아기 귤나무를 마당에 키워 날이 추워지면 초록색 귤들이 노랗게 변하는 모습을 매일 관찰할 수 있는 그런 집을 원했다.
또한, 멀지 않은 곳에 해수욕장이 있어 여름에는 언제든 바다로 나갈 수 있고, 집에 있다가도 갑자기 바다로 풍덩 뛰어들 수 있는, 이른바 ‘바다 모드’가 가능한 그런 삶을 원했다. 항상 바다와 자연을 느끼며 그 속에 어우러져 살 수 있는 그런 삶을 꿈꿨다. 웃기지만 잠깐 해녀가 될까 하는 생각도 해본 난데 뭐. 내가 모르는 제주 바다의 물속에는 어떤 생물들이 생태계를 지키고 있을까. 나는 겪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기대감에 마음이 부풀어 오르곤 했다.
제주도의 중심부엔 높다란 한라산이 자리하고 있다. 나는 솔직히 감히 한라산도 만끽하고 싶다. 한라산 등반 성공 같은 건 꿈도 못 꾸는 나지만, 동서남북의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한라산 능선을 마주하고 그 자연의 위엄을 눈에 꼭꼭 담고 싶다. 어떤 날은 한라산이 꼭대기까지 잘 보이고, 또 어떤 날은 나에게 멋진 경관을 선물해 주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이렇게 자연과 함께하는, 자연을 만끽하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그리고 제주도에는 섬 속의 섬들도 참 많이 있는데, 나는 그 섬 속 섬들의 매력도 느껴보고 싶다. 대한민국 최남단에 위치한 마라도에서 짜장면 먹기, 우도에서 수영하기, 가을바람과 억새를 느끼며 비양도 산책하기, 새섬, 문섬을 바라보며 커피 마시기 등등
아직 경험하지 못한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일들이 다양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제주도에서 그걸 열심히 누리고 말이다.
관광지 도시인 제주답게 맛집도 열심히 섭렵해야겠다. 이건 의지력 불끈불끈, 전투적인 각오도 마다 않는다. 세상에 맛있는 것은 많고 나에게 그 맛있는 것들을 선물해야지. 나는 맛집뿐만 아니라 카페 투어에도 기대하고 있다. 특별한 메뉴가 있는 카페, 맛이 좋은 카페, 분위기가 좋은 카페, 경치가 좋은 카페 등 다양한 카페 투어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주말에는 자연을 만끽하며 그날의 날씨에 맞는 활동들을 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은 아이를 키우는 우리에겐 꽤 부지런함을 필요로 하는 일이지만 말이다.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제주에 사는 1년 동안 얼마나 누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