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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미 Nov 06. 2024

운이 따라주는 첫 스타트

우리에겐 언제나 행운이 따른다. 

우리에겐 언제나 행운이 따른다.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행운이 따른다.



우리의 꿈속 희망 사항은 구옥이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꿈일 뿐이었다. 현실 속 우리가 집을 구하는 조건은 사실 생각보다 간소했다. 우리에게는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었다. (약 1달 반)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조건만 충족하는 집이어도 괜찮았다. 어쩌면 우리는 이러한 이유로 더욱더 만족하는 집을 빨리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조건은 연세 계약을 주로 하는 제주도의 특성에 맞추어 약 1,000만 원 정도의 연세를 원했고, 이왕이면 우리가 좋아하는 바다와 가까운 곳이라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조건은 바로 유치원과의 거리였다. 합격 된 아이의 유치원에서 약 20분 내외일 것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우리의 필수 필요조건이 유치원과의 거리다 보니 유치원을 기준으로 우리가 살 만한 장소의 위치로 확 좁혀졌다. 이제 우리에게 딱 맞는 조건의 거래만 확인하면 될 터였다.



나는 육지에서 소소하게 검색을 통해 네이버 카페에서 알아낸 얼마 없는 소중한 몇 가지 정보들을 토대로 동네를 골랐다. 원래 다니던 어린이집은 등원 시간이 9시, 하원 시간이 4시였고, 일이 있으면 연장 보육도 가능했다. 그러나 앞으로 다니게 될 유치원 만3세 반은 철저하게 10시 등원, 3시 하원을 지켜주길 희망했다. 이 유치원은 심지어 연장 보육도 불가능한 유치원이었다. 정말로 요즘 같은 시대에 흔하지 않은 유치원이다. 등, 하원 시간이 앞, 뒤로 한 시간씩이나 짧아진 데다가 시간도 철저히 지켜야 하므로 거리가 너무 멀면 사실상 우리가 너무 힘들 것 같았다. 내가 자가 등 하원을 시킬 것을 생각한다고 해도 거리가 먼 곳은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래서 우리에겐 유치원과의 거리가 가장 중요했다.



그리고 추가 사항이 있다면, 바다와 가까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건 그저 바램이긴 하지만.. 늘 여름이 오면 바다에 자주 놀러 갈 우리의 그림은 내가 따로 그리지 않아도 뻔하게 그려진다. 그래서 이왕이면 바다와 가까운 곳. 그곳이 우리가 살 집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바다에서 신나게 놀다가 대충 수건으로 휘휘 몸을 감싸고 집으로 돌아와서 씻을 수 있다면 정말 더할 나위 없이 편하고 좋은 것 아닌가.



우리가 육지에서 집을 알아봤을 때는 우리에게 꽤 넓은 선택지가 있었다. 예전에 오빠랑 둘이 서울에서 조그마한 신축 오피스텔로 이사를 간 적이 있는데, 그때 우리가 계약한 집의 도면이 머릿속에서 무한대로 점점 늘어나던 경험이 있었다. 제주를 여행으로만 와본 우리의 동네 선택지 또한 그러했다. 직접 가볼 수 있는 시간은 얼마 없어서 육지에서 대략 km 대비 시간을 계산했는데, 막상 제주에 와서 내비게이션을 찍으며 다녀보니, 이건 뭐.. 우리의 계획은 역시 머릿속에서의 환상일 뿐이었다. 직접 와보니 거리의 선택이 훨씬 좁혀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통 제주의 도로는 5,60km 내외로 다녀야 하는 도로가 많았고, 블록마다 신호도 많았다. 그래서 육지의 도로보다 이동 거리 대비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렸다. 계획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역시 현실에 와봐야 그 무게를 체감할 수 있다.



바닷가 근처 외곽도 넓은 마음으로 알아보던 우리는 점점 더 유치원과 가까운 곳인 시내로 거리를 좁히게 되었다. 그런 곳은 환상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인터넷으론 부동산 정보를 알기는 힘들었다. 다양한 부동산의 정보는 손품 발품을 많이 팔아야만 알 수 있었다. 심지어 이곳은 부동산 업체끼리 매물을 전혀 공유하지 않았다. 부동산 정보는 인터넷보다는 오일장 신문에서 더 많이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운이 좋았다. 늘 운이 좋다고 말하고 다니는 우리는 실제로 그랬다. 엄마는 어떻게 제주도로 갈 생각을 하면서 아직도 집을 안 알아보냐. 집도 안 내놓냐. 하며 혀를 내둘렀지만, 정말로 우린 운이 좋았다. 우리가 제주도로 집을 보러 와서 두 번째로 본 집이 우리의 조건과도 얼추 맞으면서도 우리의 마음에도 들었기 때문이다. 덩달아 귀여운 우리 아이의 마음에도 쏙 들었나 보다. 집을 보러 들어가 여긴 우리 집이라고 말하던 아이였으니 말이다. 사실 아이의 눈이 정확할 수밖에. 신축의 새집이니 아이의 눈에도 당연히 괜찮아 보이지 않았을까?



사실 우린 날짜가 정말 꽉 차 급히 집을 구하기 위해 제주도에 왔다. 유치원 입학을 앞둔 ‘부모 오리엔테션’을 위해 제주에 온 우리의 미션은 단 2가지. ‘부모 오리엔테이션’ 참가하기와 앞으로 살 집 구하기.

그런 나는 숙소로 돌아와 왠지 모를 마음의 평안을 느꼈다. 더 이상 조급하게 집을 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보다 더 마음에 드는 집은 쉽게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걸 우리는 은연중에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우린 바로 다음 날, 그 집을 계약하기 위해 부동산에 다시 방문했다. 그리고 그 집은 곧 우리가 제주에서 1년을 머물 우리의 보금자리로 확정되었다.



드디어, 우리가 제주도에 살 하나의 미션을 성공한 것이다. 앞으로의 미션들을 잔뜩 남긴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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