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아침 다섯 시에 눈을 뜬다.
책을 읽고, 달리고, 강아지와 산책하고, 씻고 출근한다.
저녁에도 비슷하다.
누군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갓생 사네!"
맞다. 듣기엔 멋있다.
문제는, 나는 기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커피를 내리다 원두를 와르르 쏟고,
책을 펼쳤는데 글자가 갑자기 벽돌처럼 튕겨 나가고, 주차장에서 역주행해 들어오는 SUV 빌런을 만나면 아침부터 속이 뒤집힌다.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느릿느릿 휴대폰만 보며 걷는 사람,
회의 시간마다 자기 이름을 굳이 박아 넣으려는 사람.
빌런은 어디서든 튀어나온다.
물론.... 가끔은 내가 그 빌런이다.
(정말 가끔일... 거다.)
나는 대체로 억울한 일을 당하면
속으로 '명대사'를 준비한다.
'너 지금 나한테 그럴 수 있어?' 같은.
하지만 실제로는 단 한마디도 못하고 돌아선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혼자 중얼거린다.
'아, 방금 그 말했어야 하는데..."
삶은 이렇게 사소한 삐끗함으로 가득하다.
나는 지금까지 멋있는 태도, 근사한 이야기를 주로 썼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가장 크게 웃었던 순간은
누군가 당당하게 자기 흑역사를 공개했을 때였다.
어쩌면 사람은 완벽한 이야기보다
허점 많은 이야기에서 더 큰 위로를 얻는지도 모른다.
"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고
피식 웃으며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 글은 조금 다르다.
내가 만난 마음 대신 내가 만난 빌런. (어쩌면 나?)
그런 삐뚤빼뚤한 순간들을 기록했다.
이 글을 통해 나의 부족함을 고백하는 동시에,
당신의 부족함도 끌어안을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조금 비틀거려도 괜찮다.
오히려 그래야 인생이 덜 심심하다.
결국 제 갈 길을 찾아가니까.
삐뚤빼뚤!
머 어때? 그게 내 길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