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는 내 머리 위로 날아갔다.
나는 얼굴부터 바닥에 처박였다.
숨이 턱 막혔고 온몸이 얼얼했다.
아...나 이거, 못하겠다.
처음 스케이트보드를 샀을 때
나는 마냥 들떠 있었다.
바퀴 달린 그 작은판 하나가
나를 얼마나 멀리 데려갈 수 있을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유튜브 영상 속 사람들은
곡선을 타고 멋지게 날아올랐다.
나도 언젠간 그렇게 될 거라 믿었다.
보드를 사서 며칠쯤 지났을까.
평지에서 겨우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되었을 무렵
친구가 말했다.
“대전에 펌프트랙이 생겼대. 너도 탈 수 있을 거야.”
펌프트랙.
길이 물결처럼 이어진 곡선 트랙이었다.
나는 잠시 망설였지만
곧 마음을 먹었다.
"도전해보자."
그렇게 도착한 그 트랙에서
나는 바닥과 아주 가까워졌다.
조금만 무게중심이 흔들려도
보드는 날아가듯 미끄러졌다.
나는 허공에 붕 떠올랐다가
차갑고 거친 아스팔트 위로 내던져졌다.
손바닥에는 타는 듯한 불꽃이 번졌고
무릎은 찢겨져 피가 배어나왔다.
입 안에선 씁쓸한 모래가 씹혔다.
멍해진 시야 너머
지나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두려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도전은 순식간에 후회가 됐다.
수십 번 포기하고 싶었지만,
한번만 더.
한번만 더.
라고 중얼거리며
다시 보드 위에 올랐다.
그게 자존심이었는지
희망이었는지
아니면 단지 무모한 끈기였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 후에도 나는 몇번이고 넘어졌다.
무릎에 피딱지가 앉고
손에 멍이 들고
마음도 여러 번 푹 꺼졌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점점 커브의 리듬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넘어질 때마다
무게 중심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감이왔다.
언제 속도를 내야할지
언제 살짝 눌러줘야 할지
몸이 기억하기 시작했다.
두려움에 지는 건 마음을 고치면 되지만
몰입에 실패한 건 몸으로 배워야 한다.
그건 기술이다.
익숙해질 때까지
부딪히고, 꺾이고
또 다시 시도해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마침내 처음부터 끝까지
커브를 넘어 트랙을 완주했다.
도착선에 섰을 땐
눈앞에 펼쳐진 세상이 조금 달라 보였다.
넘어졌던 자리들이
모두 다 내 흔적이었고
그 위에 나는 길을 만들고 있었다.
잘 탄다는 건
넘어지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었다.
넘어지는 법을 알고
다시 일어나는 법을 아는 것이다.
그게 바로
나만의 리듬을 만드는 일이다.
병사들은 죽음의 땅에 들어가 본 뒤에야 생존하게 되며,
사지에 빠져본 뒤에야 생존력을 가지게 된다.
피해를 입을 상황을 겪어본 뒤에야
비로소 승패를 이룰 수 있다.
– 손자병법, 구지편
어려운 일 앞에 서면
두려움은 당연하다
포기할지 계속할지는
결국 내 선택이다.
결과는 도전을 통과한 자만이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