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시 방황했지만 이내 마음을 굳게 먹고 도로 반대쪽으로 발걸음을 옽겼다. 30분쯤 걸었을까, 이내 내 눈앞에 작은 도시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가장 가까워 보이는 집으로 갔다. 발코니에 올라오고 문을 두드렸지만 내 작은 노크 소리는 인형한테만 들리기 때문에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온 힘을 다해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똑똑!!” 그러자 한 여자아이가 나왔다. 그 아이는 짧은 갈색 단발머리를 가지고 있었고 9살로 보였다. 그 아이는 나를 보더니 놀란 표정을 짓고선 서둘러 엄마에게 달려와 말했다. “엄마, 문 밖에 인형이 있어요!” 잠시 후, 아이가 다시 나와 날 들어 올리더니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나는 눈이 등잔만 하게 커졌다. 집은 2층집이었고 그 아이의 방은 아주 넓었다. 커튼이 달려있는 침대에 둥그런 책상, 큰 유리로 된 창문, 높은 천장에 각양각색의 옷들로 채워져 있는 옷장까지. 아이는 날 침대에 앉혀놓고 나에게 자기소개를 했다. “내 이름은 김민서야. 나이는 9살이고 좋아하는 건 그림 그리기지!“ 민서는 나를 이제부터 배리라고 부르기로 했다. 나는 느꼈다. 지금 이 아이는 전 주인이었던 지원이보다 훨씬 좋은 애라고. 그리고 내 이름은 이제부터 배리라고. 물론 전 집에 있던 배리가 생각나긴 했지만 말이다. 나는 지금부터 제2의 인생을 살게 되었다. 나는 웃었다. 아주 크게. 그 즐거운 웃음소리는 하늘을 넘어 천사들이 있는 곳까지 와닿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