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나는 결국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말았다. 나는 오늘 오후 3시에 버려지고 말 것이다. 아, 얼마나 처참한가. 한 아이의 손에 들어와 이렇게 버려지다니. 그렇게 절망하고 있을 때였다.
끼익,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나는 쓰레기봉투에 담긴 채로 누군가가 나를 한 손으로 번쩍 들어 올리는 것을 느꼈다. 중년쯤으로 느껴지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이게 뭐야? 인형이잖아! 이렇게 예쁜 인형을 버리다니, 사람 속은 참 이상하군. 예쁜 인형이 눈앞에 있는데 버리다니. 참…” 남자는 나를 트럭에 털썩 던져 넣었다. 예쁘다는 말에 한순간 기분이 좋았지만 금세 마음을 버렸다. 어차피 난 바로 버려질 것인데 외모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잠시 후 우웅, 하고 트럭이 움직였다. 덜커덩, 트럭 뒤쪽 문이 닫혔다. 트럭은 덜덜덜 소리를 내면서 폐기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바람이 세서 그런지 뒤쪽 문이 살짝 열렸다. 그 순간 나는 그 틈으로 떨어져 버렸다. “터억!” 나는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서 쓰러져 있었다. 나는 이빨과 손톱으로 쓰레기봉투를 뜯고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한참 동안 이불속에 있었다가 나온 것처럼 공기가 깨끗하고 맑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 나는 매우 불안해졌다. 이제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손에서 땀이 배어 나왔고 식은땀이 한줄기 이마에서 흘러내렸다. 나는 방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