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 알을 지키는 자들
마을의 새벽은 닭들의 울음소리로 시작된다. 이 울음소리는 시계처럼 정확하다. 닭이 울기 전에 사람들은 일어나지 않는다. 닭이 울지 않으면 사람들도 움직이지 않는다.
닭이 그들의 시간을 정한다. 닭이 그들의 삶을 정한다.
이 작은 마을은 언제나 같은 리듬을 유지했다. 누군가 그 리듬을 깨면, 마을 전체가 멈춘다. 닭의 울음이 멈추면 시간이 멈춘다. 그들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직시하지 않았다.
알을 깨뜨릴 수는 없었으니까.
아침이면 모든 집에서 같은 냄새가 났다. 흙과 축축한 깃털 냄새. 집들은 같은 재질의 돌과 나무로 만들어졌다. 서로의 닭장은 다를 게 없었다. 집집마다 똑같은 닭, 똑같은 알, 똑같은 질서가 지켜지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의 설계도처럼.
닭들은 모두 닮았다. 같은 눈, 같은 깃털, 같은 날갯짓. 그리고 그 닭들이 낳는 알들은 그보다 더 닮았다. 차갑고 매끄러운 껍데기를 지닌 알들은 이 마을의 전부였다. 사람들은 알을 제대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온 삶이 알을 위해 존재했다.
모든 닭장은 고요했다. 그 고요함은 편안했다. 하지만 너무 편안해서 불길했다. 마을의 중심에 있는 거대한 알 탑은 하늘을 향해 서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탑을 절대 오르지 않았다. 탑은 그저 존재할 뿐이었다.
그곳에서 알이 지켜지고 있었다.
이 마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닭이 낳는 알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알을 보호하기 위해 닭을 기르고, 닭을 보호하기 위해 그들의 삶을 바쳤다. 닭은 그들의 신이자, 그들이 숨 쉬는 이유였다. 그들은 닭에게 경의를 표했고, 닭을 신처럼 섬겼다. 하지만 그 경의 속에는 감정이 없었다.
“알을 만지지 마.”
이 한 마디면 충분했다. 그들은 알을 지키면서 살아간다. 알이 없으면 그들의 시간이 멈춘다.
알은 그들의 시간을 정하고, 그들의 삶을 규정한다.
그들은 그걸 몰랐을까? 아니, 어쩌면 그들은 너무 잘 알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생각은 위험했다. 생각은 규칙을 깨는 행동이다. 닭들이 울고, 알이 무사히 보존되면, 그날은 성공적인 하루였다. 성공의 기준이란 그리도 간단했다.
모든 닭장은 철저히 관리되었다. 닭은 신성했다. 알은 그보다 더 신성했다. 알을 통해 그들은 영양을 얻고 시간을 얻었다. 시간과 영양은 알 속에 있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배고프지 않았다. 알만 있으면 되었다. 그들은 더 이상 시간을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알이 시간을 정해주었다. 그것은 완벽한 시스템이었다.
“완벽한 알. 완벽한 삶.”
사람들은 날마다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정오에 닭에게 먹이를 주고, 해질녘에 닭장 문을 잠갔다. 그들이 하는 일은 이게 전부였다. 그것 이외의 일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들 같은 옷을 입었다. 같은 색이었다. 닭장과 알이 그들의 옷을 결정했다.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반대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닭장은 매일 청결하게 유지됐다. 닭이 불안해지면, 그들은 불안해졌다. 닭이 편안하면, 그들은 안심했다. 닭이 낳는 알은 보석처럼 다뤄졌다. 색색의 알은 마을에서 가장 신성한 물건이었다.
알을 만지지 말라. 알을 깨지 말라. 절대 알을 잃지 말라.
사람들은 감정 없이 움직였다. 그들의 얼굴에는 미소도, 슬픔도 없었다. 감정이 필요 없었다. 감정은 닭을 돌보는 데 방해가 될 뿐이었다. 감정은 시간을 어지럽혔다. 그들은 감정 대신에 규율을 가졌다. 규율은 변하지 않았다. 규율은 그들의 모든 것을 통제했다. 그들은 통제된 삶 속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다고 믿었다.
닭과 알 덕분에 자유가 있다고.
알은 그들의 미래였고, 닭은 그들의 과거였다. 닭이 없으면 과거도 없었다. 닭이 낳은 알이 없다면 그들은 죽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모든 것이 알로부터 시작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하루를 끝내며 닭장으로 향했다. 알들이 이유없이 깨지지 않고, 평소와는 다른 시간대에 닭이 울지 않으면 그날은 문제가 없는 날이었다. 문제가 없는 날, 그것이 그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날이었다.
마을의 분위기는 무겁고 정적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법칙들이 그들을 숨막히게 했다. 알은 신성했지만, 동시에 그들에게 두려움이었다. 그들은 알이 이유없이 깨지면, 마을이 끝날 것이라고 믿었다. 알은 그들에게 시간을 주고, 그들의 삶을 연장해 주었다. 시간은 알 속에 갇혀 있었다.
그들은 알이 이유없이 깨지면, 시간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 사실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들은 닭을 돌보고, 알을 지키는 것에만 신경 썼다. 그 외의 일은 없다. 감정 없는 얼굴들로 그들은 닭장을 바라봤다. 그들은 알들이 자신을 지켜주는 것 것 같았고, 그 알들은 그들의 모든 것이었다.
그들 중 누구도 알지 못했다. 닭이 그들을 길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이 그들의 시간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을.
그들 중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저 알을 지키는 자들이 될 뿐이었다. 삶을 잃어가는 자들이었다.
마을의 공기는 스산하고 무거웠다. 똑같은 건물, 똑같은 닭장, 똑같은 삶. 무엇 하나 다를 게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것을 유일한 삶이라 믿었다. 다른 것이 필요 없었다. 다른 삶은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그들 스스로가 특별하다고 믿고 있었다. “내 닭은 다르다.” 그렇게 믿었다. “내 알은 더 신성하다.” 이런 생각들이 마음속에 자리잡았다. 그러나 그 알은 결국 똑같은 알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하루 하루 자신만의 특별한 알들을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닭들의 울음소리가 다시 울릴 때, 새로운 하루가 시작됐다. 다시 닭이 울고, 마을은 그 소리에 맞춰 움직였다.
마치 누군가의 손에 끌리는 인형처럼.
알들이 깨지지 않게 조심하며.
2024 The Egg Thie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