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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CO Oct 14. 2024

The Egg Thief _ A. 껍데기 아래 _ 2

2장 : 코튼캔디그랜파

A. 껍데기 아래

2장 : 코튼캔디그랜파




닭이 울지 않았다. 마을은 깨어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닭의 울음소리로 눈을 뜨고, 하루를 시작했다. 닭이 울지 않는 날은 없었다.

닭은 항상 제 시간에 울어야 했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닭은 침묵했다.
그 침묵 속에서, 마을은 멈춰 있었다.


사람들의 몸은 깨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몸은 눈이 감긴 채, 기이한 리듬을 타고 발버둥만 칠뿐이었다.

딱_딱_딱_딱_딱_딱_딱_딱_다_딱_다_다_딱_딱_딱_딱_딱_딱_딱_딱_딱_다_다_딱_ 벽을 두드리는 소리. 아니, 벽이 아니다. 어디서부터 들려오는지 알 수 없는 소리였다.
딱_툭_딱_툭_딱_툭_딱_툭_딱_툭_딱_툭_딱_툭_딱_툭_툭_툭_둑_툭_딱_툭_툭_툭_


침대가 삐걱댔다. 몸은 꿈틀거렸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너무 느렸다. 마치 슬로우 모션으로 돌린 영화처럼 서서히 몸을 움직였지만, 깨어나지 못했다. 닭이 울어야만 그들은 깨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닭이 울지 않으니, 그들의 몸은 제멋대로 뒤틀렸다. 소리가 반복되었다.
툭_툭_탁_툭_툭_탁_툭_툭_탁_툭_탁_툭_탁_툭_탁_툭_툭_툭_툭_툭_툭_툭_툭_탁_
마치 고장 난 기계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침대 다리가 울리고, 손톱이 벽을 긁었다.
딱_딱_다_딱_딱_다_딱_딱_다_딱_딱_딱_딱_딱_딱_딱_딱_지이이이익_딱_툭_지이이이_끽_


몸은 깨어나려 했지만, 그들은 갇혀 있었다. 그들의 꿈속에서 기이한 소리들이 뒤엉켰다. 그들은 그 소리를 눈을 감은채 듣고있었다. 그리고 그 소리는 마치 이해할 수 없는 혼란의 교향곡 같았다.

딱_딱_툭_찍_찍_찍_툭_찍_찍_찍_
별의별 소리들이 마을 전체에 퍼져 나갔다. 고장 난 소리들이 리드미컬하게 반복되었다. 그 소리는 정해진 목적 없이 흘러갔다.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어디서 끝이 날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그저 흐르고 있었다.


그 소리가 점점 이상하게 커졌다.
툭_딱_툭_툭_딱_딱_다_딱_딱_다_딱_딱_다_딱_딱_딱_


사람들의 몸은 계속해서 꿈틀거렸다. 눈은 감겨 있었고, 몸만이 제멋대로 반응했다. 닭이 울지 않으면 그들은 깨어날 수 없었다. 그들의 몸은 고장 난 시계추처럼 흔들렸다. 규칙 없이 반복되는 소리에 맞춰 뒤척였다.

손톱이 벽을 긁고, 발이 침대를 두드렸다.
딱_딱_딱_딱_지이이이익_딱_툭_지이이이_끽_툭_툭_탁_툭_툭_탁_툭_툭_탁_툭_탁_툭_탁_툭_탁_툭_툭_툭_툭_툭_툭_툭_탁_툭_딱_툭_툭_딱_딱_다_딱_지이이이_끽_딱_딱_딱_다_딱_딱_다_딱_딱_


닭들의 침묵 속에서, 사람들은 이상한 리듬의 몸짓을 이어갔다.

그들은 깨어나려고 했지만, 깨어나지 못했다. 닭이 울지 않으면 그들은 눈을 뜰 수 없었다.


그리고 하늘에서, 코튼캔디그랜파가 천천히 땅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웠다. 두 다리는 어이없이 얇고 길었고, 머리와 팔이 없는 둥근 몸은 붉은색의 털로 뒤덮여 있었다. 너무나 비현실적인 모습에는 미소를 자아내는 귀여움과 이디서도 본적 없는 기괴함이 공존했다. 그는 마치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존재처럼, 몸이 가벼웠다. 공기 속을 흘러내리듯, 천천히 땅으로 내려왔다. 두 개의 길고 가는 다리가 먼저 땅에 닿았다. 그러나 착지했을 때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웠다. 무게가 없는 존재였다. 그의 발걸음은 가볍고, 마치 공기 속에서 사라지듯 움직였다.


코튼캔디그랜파는 마을을 떠돌기 시작했다. 그의 붉은 털들이 공기를 타고 나부끼며, 마을을 감싸기 시작했다. 붉은 털이 생각보다 많이 흩날렸다. 그리고 그의 걸음걸이에 맞춰 사람들의 몸은 더 불안하게 뒤틀기 시작했다. 눈을 뜨지 못한 그들의 몸은 더 기이한 리듬을 만들어냈다.

툭_툭_툭_툭_툭_탁_툭_딱_툭_툭_딱_딱_다_딱_지이이이_끽_딱_딱_딱_다_딱_딱_다_딱_딱_


코튼캔디그랜파는 그저 돌아다녔다. 아무 목적도 없이. 그의 몸은 부유하듯 가벼웠고, 그의 발걸음은 마치 땅을 스치는 바람 같았다. 그러나 그의 존재는 마을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붉은 털이 일렁이며, 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이질적인 기운을 마을 전체에 퍼트리기 시작했다.

그는 얼굴이 없으니 웃지 못했다. 말을 하지도 못했다. 그저 돌아다니고 돌아다니고돌아다니고 돌아다니고 돌아다니고 돌아다니고 돌아다니고 돌아다니고 돌아다니고 돌아다니고 돌아다녔다.


그가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더 이상해졌다.
탁_툭_툭_탁_툭_툭_탁_툭_탁_툭_탁_툭_탁_툭_툭_툭_툭_툭_툭_툭_탁_툭_딱_툭_툭_딱_딱_다_


마치 그들의 몸이 기이한 리듬에 맞춰 춤을 추듯, 그러나 그들의 몸짓은 규칙 없이 반복되었고, 그 속에서 소리들이 마을 전체에 뒤섞여 울려 퍼졌다.

코튼캔디그랜파는 천천히 알 탑 쪽으로 걸어갔다. 그의 발걸음은 너무 가벼워서 역시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는 그저 걸었지만, 그의 존재는 마을 전체를 압도하고 있었다. 가벼운 발걸음. 무거운 긴장감.


사람들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그들의 몸은 깨어나려고 발버둥쳤지만, 닭이 울지 않으면 그들은 깨어날 수 없었다. 닭은 침묵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기이한 소리들이 마을을 가득 채웠다.
탁_툭_툭_탁_툭_툭_탁_툭_탁_툭_탁_툭_탁_툭_툭_툭_툭_툭_툭_툭_탁_툭_딱_툭_툭_딱_딱_다_


기이한 리듬의 교향곡이 온 마을을 덮었다. 소리들만이 살아남았다. 소리만이 그들의 몸을 휘감았다. 그 소리는 너무 많았다. 너무 과했다. 너무 이상했다. 그러나 그 소리들은 의미가 없었다.
탁_툭_툭_탁_툭_툭_탁_툭_탁_툭_탁_툭_탁_툭_툭_툭_툭_툭_툭_툭_탁_툭_딱_툭_툭_딱_딱_다_


코튼캔디그랜파는 이제 알 탑 바로 앞에 서 있었다. 그의 붉은 털들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 알 탑을 스쳤다. 알들은 아직 깨지지 않았다. 알들은 견고하게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기운이 알들을 스칠 때 마다 알들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리기 시작했다.

코튼캔디그랜파는 그저 그곳에 서 있을 뿐이었다. 그가 서 있는 것만으로도, 마을은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기이한 소리들만 넘쳐났을 뿐.


닭이 울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깨어나지 못했다.




2024 The Egg Thi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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