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발언 소설]존댓말로 쓴 편지는
이루어진다(최종화)

연애편지 종결자

5화 연애편지 종결


노연기 오빠에게

내가 노연기 오빠에게 수없이 많은 편지를 쓰며 어른이 되었습니다

노연기 오빠를 한번도 만난 적도 없지만

오빠는 서서히 나의 J가 되었답니다.


사람들은 나에게 연애편지질하는 느자구 없는 콩알만한 가시나라고

혀를 끌끌찼습니다. 그들이 제 아무리 끌끌거려도

스스로 청춘이 끝났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부러움을 표현하는 방식이라 여겼답니다.

선창 마을에 살면서 단 한번도 그들의 혀놀림을 신경쓴 적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노연기 오빠라는 내가 쓴 편지대로 이루어주는 든든한

언덕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득두, 연대장의 발자국 소리 하나에도 너무 설레어 아팠습니다

그들의 자전거 바퀴 소리에도 설레어 아팠습니다.

그리고 플레어스커트를 휘날리는 허영미는 나라는 존재를 너무도 콩알처럼 보이게 했지만

자꾸만 눈길이 끌려 눈이 시렸습니다.

마치 바이러스에 감염된 쥐가 고양이 냄새를 쫓아다니듯

허영미 주변을 아프게 맴돌았습니다.

노연기 오빠가 있어서 아팠지만

죽지 않고 성장했답니다.

자전거 바퀴 굴러오는 소리에도 심장이 쿵쾅심쿵했던 나,

그 남자라는 자극에 화들짝 놀랐던,

그 놀람은 그들에겐 일종의 무리한 존중으로 느껴졌나봅니다.

보통의 인간은 존중받는 것에 익숙치 않아, 그 존중의 낌새를 느낀 순간

상대를 얕잡아 봐도 되는 대상으로 인지합니다.

나는 스스로 얕잡힐 짓을 했나봅니다.

허영미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연대장의 자전거에 엉덩이를 걸친 순간,

허영미는 연대장 무리가 함부로 대해도 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나의 J, 노연기 오빠

그 중에 가장 자극적으로 설레였던 사람은 노연기 오빠입니다.

설레임은 도달하는 경지가 있었고

단련되는 내적 기운의 일종이었습니다.

어느 순간, 함부로 설레지 않는 순간이 찾아왔답니다.

나는 더이상 함부로 설레지 않아 아프지 않았습니다.

찬란했던 모든 사랑을 놓친 허영미도 더이상 우아하지 않았습니다.


2만2000년 오늘 오산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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