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장의 따까리
4화: 연대장은 허영미의 빵셔틀
허영미는 잘못한 것이 없다. 단지 나와 함께 걸으며 득두에게 돋보이고, 연대장의 짜릿한 시선을 독차지할 뿐이다. 전교생을 한 동작으로 움직이게 구령하고 연대시키는 연대장도 허영미에게 보름빵 서틀을 자청하고 나섰다.
허영미는 늘 이런 짜릿한 풋사랑, J타령에 관심없다고 말한다.
관심 없다고 말하면서 모든 관심을 독차지한 모순이 얄미웠다. 그런데도 실제 현실에서 아무런 교차점이 없어 허영미를 향한 이 질투와 미움을 설명할 길도 없다.
노연기 오빠에게
그리고 나의 J에게
노연기 오빠,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저는 날마다 허영미 주변의 남자들에게 왜 이렇게 관심이 갈까요?
이렇게 마음 전할 노연기 오빠가 있는데도 허영미의 남자들이 자꾸만 눈에 거슬립니다.
아니, 솔직히 심장이 쿵합니다. 그 남자들이 스칠 때마다 바람처럼 저의 마음에 스미듯이
약을 올리고 멀어져 갑니다.
허영미에게 보름달을 던져준 후로 조회 시간이면 들려오는 연대장의 구령 소리가 심장을
후벼 파는 듯합니다. 나를 통해 허영미에게로 몰려가는 남자들의 마음을 알 수가 없습니다.
오늘도 나와 함께 신작로 길을 나란히 걷고 있는데, 허영미만 쏙 빼서 데리고 갔답니다.
하굣길의 여유와 느긋함은 엉망진창이 되었답니다. 연대장은 허영미를 자신의 자전거에 태우려고 손을 내밀었습니다. 절대 그 자전거를 타지 않을 것만 같았던 허영미는 못 이기는 척 자전거를 탔습니다.
거의 연대장과 한몸이 된 듯 밀착하여 자전거를 타고 날아갔습니다.
허영미는 득두가 준 스프링 공책도 연대장의 선물로 알았을 것입니다.
허영미와 연대장이 자전거를 함께 타고 다니는 사이가 된 것도 발신인이 왜곡된 스프링 공책 선물이 한몫한 것 같아요.
게다가 그들을 뒤따라 가던 득두의 간절한 눈빛과 자전거 굴러가는 모습도 처참했답니다.
나는 세상의 불공평함과 모순을 제대로 알았답니다.
득두의 모습은 나의 모습을 보는 거울이기도 했습니다.
노연기 오빠
그런데 우리 동네에 다녀가셨나요?
득두가 갑자기 전학을 간답니다.
경운기를 운전하던 득두아버지가 사고가 났어요.
평생 불구로 살아야 하는 득두의 아버지는 더 이상 농촌에서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어
농기계와 집을 싸게 정리했답니다.
노연기 오빠,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묘하게 마음이 시원해졌습니다.
나의 J, 노연기 오빠.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연대장의 목소리도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되었답니다.
지난 월요일 전교생 조회 시간에 전교 회장의 구령 소리가 들렸습니다.
작고, 울림 없는 회장의 구령 소리였지만 나에게는 노래 소리로 들렸답니다.
연대장은 성대가 결절되어 더 이상 큰 소리를 내면 안 된다고 합니다.
전교생을 구령하지 않는 연대장은 더 이상 멋있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허영미라는 새침데기를 쫓아다니는 빵돌이로 전락했답니다.
나의 J, 노연기 오빠
우리 동네 오거든 꼭 얼굴보여주세요.
또 연락하겠습니다.
2만 2000년 전, 오늘 오산희 올림
연대장이 구령할 수 없게 되자, 연대장과 그 무리들의 이미지에 변화가 일어났다.
나와 허영미 앞을 지나가던 선배 연대장 무리는 우리를 힐끔거렸다. 그 중에 입술이 두꺼운 한 명이 먼저 발로 차는 듯한 돌발적인 행동을 했다.
"야, 연대장 따까리."
두꺼운 입술이 먼저 이죽거리자, 무리가 모두 크게 웃으며 허영미를 향했다.
허영미는 여전히 먼 산을 바라보며, 큰 보폭으로 우아하게 걸었다.
나는 허영미의 손을 잡으며 뛰자고 말했다.
"야, 허영미 가시나, 너 연대장이 보잖다."
허영미는 휘적휘적 나를 따라걸었다. 연대장없는 연대장 무리의 키득거리는 소리가 계속 뒤따라왔다.
학교가 가까워지자 그들은 개구멍으로 사라졌다. 나는 마치 불문율처럼 허영미의 남자에 대해
묻지 않았다. 허영미가 연대장에게 일방적으로 결별을 선언했으리라는 짐작만 할 뿐이다.

허영미와 연대장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4화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