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1개월 운동 루틴을 마치며
https://youtu.be/_ED5mwO8XaI?si=F4tYNCVePjJC-7ox
가벼운 회색 운동화 한 켤레
필요한 것들만 담은 가방과
목적지가 적히지 않은 티켓
손때 묻은 카메라 낡은 지도
이제부터 긴 여행의 시작
두근거리는 맘 손에 쥐고
빠진 것도 없나 잘 챙겨보기
꽤나 긴 여행길이 될지 모르니
가사 출처: 내 머리(오류 가능성 있음)
십수 년 전, 에피톤 프로젝트를 아마 이 노래로 처음 접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에피톤 프로젝트는 항상 나의 재생목록에 존재했다.
운동할 때도 함께 해준 그(세정님!)의 잔잔하고 나지막한 목소리.
친구가,
"운동할 때 이런 노래를 듣는다고? 또 다른 광기다."
라고 했던 나의 운동 음악 목록.
음악을 잘 모르지만, 음악엔 사람을 움직이고 동기를 부여하고 도파민을 분비시키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내 재생목록은 나에게 그러했다.
파워 넘치고 리드미컬하고 shake it shake it, 둠칫두둠칫하는 노래들은 아니지만 말이다.
다음 주부터는 먼 시골에서 일근이다. 오늘은 현 근무지의 마지막 날이었다.
먹은 거 후회하지 않기로 했는데, 오늘만큼은 후회도 하고 운동도 해야 하는 날이기도 하다(휴... 이 고질병).
오늘은 그야말로 고삐 풀린 빵파티였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냉장고에 있던 것들. 그리고 얻어먹은 것.
아침: 단백질셰이크, 케이크 1, 휘낭시에 1, 치즈볼 1
아침 간식: 빽다방 핫도그빵 반 개, 감자빵 1
점심: 슈크림크로플 1, 라면
저녁: 미역국+밥, 케이크 1, 휘낭시에 1, (매우 두툼하고 무거운) 초코파이 반 개
... 이상(!!!)이다. 써놓고 보니, 와우, 놀랍다.
요 며칠 빵 복(?)이 터진 건지, 스타벅스 하트파이도 얻어왔다.
오늘은 내가 생각해도 지독하게 과도한 빵 섭취다. 후회할만하지 않은가?
집안일 깔짝깔짝 하며 소화시킨 후, 스키 타기 전에 복부운동 30분 했다. 이 운동과 뱃속의 빵들이 상쇄되면 더할 나위 없겠다. 하하!
근력운동하고 나니 21시 5분경, 이때부터 스키와 로잉을 탔다.
반성의 뜻을 담아 더 탄력적으로, 잉여 칼로리의 소멸을 기원하며 지성껏.
앞으로도 계속하겠지만, 이 운동 루틴(1개월 프로젝트)에 있어서는 마지막이 될 오늘.
평생의 체력 관리를 위한 자산을 조금 모으는 데 성공했다(앞으로 빵은 사놓지를 않겠다).
지난 한 달 동안 최선을 다했다.
아무리 피로해도 일정이 빠듯해도, 한 달만큼은 운동을 빼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했고, 끝끝내 해냈다.
처음 1차 루틴 시작했을 때 힘들었는데 점차 체력도 향상되었다.
내일부터는 무조건 밖으로 나갈 계획이다.
남동생은 달리기 꿈나무인 나에게, 하루에 5분이라도 뛰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주었다.
기차나 지하철 놓치지 않으려는 생존 달리기 말고 작정하고 뛰어본 게 언제던가.
달리기도, 당장은 10분 뛰기도 아마 버거울 거라고 생각한다.
내 목표는 대회에 출전하거나 신기록을 세우는 것이 아니다.
(1차 루틴 설정 시 목표였던 '10km 30분 주파하기'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거의 세계대회급 기록이라고 한다. 그만큼 나는 거리니 속력이니 하는 분야의 문외한이다)
건강하게 체력을 유지하며 쾌활하게 사는 것이 장기적인 목적이다.
그래서 나는 운동하겠다고 힘내 보는 나를 몰아붙이지 않으려고 한다.
하루하루 밖으로 나가는 것부터 칭찬해주려고 한다.
단 5분을 뛰고 지쳐서 걷더라도.
인생은 긴(혹 짧을지도 모르는) 여행이니까.
주어진 나날들, 이라는 비싼 값을 치르고 하는 여행은 즐거워야 하니까.
바로 지금이, 나의 활기찬 인생의 시작이다, 라고 생각한다.
운동 재생목록 中
https://youtu.be/mGlX-nKRoAY?si=gNwaDzFeHmTr3Vt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