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선생님: 땀나게 운동해서 화(火)를 분출해 보세요
진료 때 의사 선생님이 치료의 일환으로 몇 가지 운동을 추천해 주었다.
배워서 성장할 수 있는 것, 그리하여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것.
예컨대 수영이나 클라이밍, 탁구, 테니스 등.
내 마음에 화가 많이 내재되어 있으니, 이를 내보낼 수 있는 활동이 좋다고 했다.
선생님은 잘못하면 무릎 나갈 수도 있다고 달리기는 썩 추천하지 않으시는 기색이었다.
하지만 나는 바로 그 달리기가 마음에 들었다.
수영은 오가는 거나 옷 갈아입기 귀찮고, 클라이밍은 배웠었지만 겁이 너무 많아서 포기했고, 탁구나 테니스처럼 짝을 이루어해야 하는 것은(벽에 치는 테니스도 있는 것 같지만 패스) 내 타입이 아니라서...
아무리 생각해도 나처럼 혼자 하는 활동을 선호하는 자에겐 그저 달리는 것이 적합한 것 같다.
Nike Run Club 앱을 깔고, 첫날의 목표는 야무지게 30분 이상 뛰기였다. 거리는 5km 정도면 적절할 것 같았다.
아, 하지만 천천히 30분을 뛰는 것조차 체력이 받쳐줘야 뛸 수 있는 거였고, 5킬로는 어림도 없었다.
2킬로 뛰다가 포기할 뻔했다. 안 그래도 느린 페이스를 더 느리게 해서 겨우 3킬로 뛰고...
아직은 엄청 느리고 오래 못 달리지만, 이 짧은 시간 달릴 때만큼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든 나머지) 잡념이 싹 사라짐을 깨달았다.
(친구가 듣더니 넌 마라톤을 해야겠다, 잡생각투성이니까! 라고 했다)
핸드폰 손에 들고 뛰다가 나름 제대로 시작해 보겠다고 러닝 벨트를 샀다.
배에 걸자마자 진작 사용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 선생님 말대로 무리했다간 무릎에 좋지 않을 테니, 최종 목표는 딱 10km로 잡았다.
그 목표를 위해 일단 첫 몇 달간은 30분 쭉 뛰기. 천천히도 좋다.
체력이 좋아지면 자연히 속도도 붙을 터였다(아직 멀었지만!).
30분 정도밖에 안 되니 매일 뛰는 것을 목표로 하되, 쉬고 싶은 날은 쉴 것. 대신 운동 주기가 격일을 넘지 않을 것.
호흡과 땀과 함께 부정적인 감정들도 모두 배출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앞으로 열심히 뛰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