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만남은 5월의 아무것도 예고하지 않는 평범한 어느 저녁 수업에서 시작됐다. 벨라는 늘 마지막에 수업에 들어오곤 했다. 약간 긴 머리에 큼직한 뿔테 안경을 쓰고,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들어서는 모습이 뭔가 독특하면서도 묘한 매력을 풍기곤 했다. 그녀는 항상 조용한 태도로 수업을 듣다가도 질문이 있으면 망설임 없이 손을 들고 궁금한 점을 물어보곤 했다. 저녁 수업이라 그런지 회사원들도 많았고,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인지 수업이 끝난 후에도 자연스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가끔은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날 저녁, 수업을 마치고 몇몇 학생들이
"선생님, 오늘 한잔하실래요?"
라고 권했다. 약간의 고민 끝에 나는 그들과 함께 근처 술집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벨라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 술잔을 기울이며 한국과 중국의 문화 차이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회사 생활에서의 에피소드, 그리고 나와 학생들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까지, 대화는 점점 더 깊어졌다.
"선생님, 중국에 오신 후에 많이 달라지신 것 같아요. 원래 이렇게 활발하셨어요?"
벨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글쎄, 나도 사실 한국에서는 꽤 소극적이었는데, 여기 와서 너희들 덕분에 많이 바뀐 것 같아."
내가 웃으며 대답했다.
벨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인지…선생님은 뭔가 다르신 것 같아요."
그녀는 말없이 술잔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의 조용한 미소에 담긴 미묘한 느낌이 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뭔가 묘하게 다가왔다.
술자리가 끝나고 학생들을 하나둘씩 데려다주던 중, 벨라가 내게
"오빠, 우리 맥주 한 잔 더 할래요?"
라고 말했을 때, 나는 순간 당황했다. 그 말은 오랫동안 들어본 적이 없는 표현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맥주를 함께 마시며 밤을 지새우게 된 우리는 조금 더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삶에 대한 고민과 중국에서의 일상, 가족과의 관계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조언도 건네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그날의 마지막은 함께 있었던 시간이 주는 이상한 편안함과 함께 조용히 흘러갔다. 벨라는 소파에서, 나는 의자에 앉아 조금은 지친 상태로 잠이 들었다. 그렇게 서로의 거리를 좁히며 우리는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인연의 실을 엮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