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olee Nov 06. 2024

경계 너머의 마음

벨라와의 관계는 더 자연스러워졌다. 우리는 가끔씩 늦은 밤까지 통화하거나, 주말에는 함께 맛집을 찾아다니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 친밀함 속에서 나는 여전히 어딘가 모르게 스스로를 억누르는 감정을 느꼈다. 외국에서 살아가며 얻게 된 스스로의 경계를 넘지 않으려는 의식이랄까.

그러던 중, 어느 날 벨라가 내게 말했다.


“선생님, 저 사실… 우리가 더 가까운 관계가 되었으면 해요. 그리고 계속 오빠라고 부르고 싶어요. 오..빠


그녀의 고백에 나는 당황했지만, 동시에 마음 한편에서 벨라에 대한 감정이 일렁이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벨라와의 관계가 깊어지고 우리는 한층 가까워졌다. 서로의 감정에 솔직해지며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가고, 그날 밤에도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우리는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밤이 깊어갈 무렵, 예상치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벨라가 잠들어 있는 사이에 내 전화가 울렸다. 화면에 떠오른 이름은 샤오딩이었다. 갑작스러운 연락에 순간 당황했지만, 혹시 무슨 급한 일이 있나 싶어 전화를 받았다.


“오빠, 왜 학생과 그렇게 지내요?”


 샤오딩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날카롭고 당혹스러움이 묻어 나왔다.

그녀의 물음에 순간적으로 마음이 복잡해졌다. 벨라와 내가 가까워진 것이 누군가에게 알려졌을 리는 없는데, 어떻게 샤오딩이 이 사실을 알게 된 걸까.


“샤오딩, 무슨 일이야? 무슨 말이야 갑자기?” 


내가 최대한 평정을 유지하려 애썼지만, 그녀는 단호했다.


“오빠, 학생과의 관계는 조심해야 해요. 선생님이라는 위치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잖아요.”


샤우팅의 말에 나는 잠시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입으로 두 말을 하는 샤오딩이 저런 말을 하는 건 참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입장에서는 걱정되는 마음일 수도 있겠지만, 나와 벨라 사이의 감정을 단순한 선생과 학생의 관계로만 보는 그녀의 시선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샤오딩이 어떻게 이런 상황을 알게 됐는지 의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전화를 끊고 돌아온 방에서, 나는 벨라의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했지만, 벨라와의 관계가 나에게 주는 무게감을 실감하는 짧은 순간이었다.

이전 02화 변화하는 시선 벨라와의 거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