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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lee Nov 06. 2024

변화하는 시선 벨라와의 거리

다음 날, 벨라와의 일상이 조금 달라진 듯했다. 수업 중간중간 그녀가 내게 시선을 두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수업이 끝난 후에 벨라는 항상 나를 기다렸다. 가끔씩 주말이 되면 벨라를 포함한 저녁 반의 몇몇 학생들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저녁을 먹고 술 한잔씩 나누곤 했다.

어느 날 저녁, 벨라는 수업 후 혼자 남았다. 학생들이 다 돌아간 후에 어색한 침묵이 흐르자, 벨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선생님… 혹시 한국에서는 주말마다 뭐 하셨어요?”


순간 멈칫했다. 한국에서의 내 생활은 사실 고립에 가까웠다. 일에 치이고 바쁘게 지내면서 인간관계는 늘 뒤로 미뤄둔 채 살아왔던 나였다. 하지만 그런 답변을 할 수는 없었다.


"그냥… 조용히 지냈어. 뭐 특별한 것도 없었고, 그렇게 사람들과 어울리는 성격도 아니었거든."


벨라는 조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많이 달라지신 거네요."


나는 살짝 웃으며 답했다.


"그래, 여기에 와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나도 좀 더 자유로워진 것 같아. 그리고 너희들 덕분에 나도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고 있지."


벨라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뭔가 망설이는 듯하더니 조용히 말했다.


“선생님,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외국에 있는 것 자체가 사람을 많이 바꾸는 것 같아요.”


그녀의 눈빛에는 무언가 말하지 못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듯했다. 나는 그저 묵묵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벨라는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선생님, 우리 다음에 또 맥주 한 잔 해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시간이 흐르며, 나는 벨라와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물리적으로 만나지 못하는 경우에는 메신저로 소통했다. 벨라와의 관계는 단순히 학생과 선생의 경계를 넘어 서서히 더 가까워져 갔다. 그런 우리의 관계는 단순히 설렘만이 아니라,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나에게도 큰 위로가 되는 순간들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벨라가 이런 말을 했다.


“선생님, 저 요즘 뭔가 이상해요. 선생님이 가끔 없으면 뭔가 허전해요.”


그녀의 솔직한 고백에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잠시 침묵했다. 벨라의 마음을 알 것 같으면서도, 우리는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었고,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벨라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내 마음도 혼란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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