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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lee Nov 08. 2024

바다 위의 별빛, 너와 나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던 어느 날, 나는 벨라의 어두운 표정이 떠올랐다. 부모님의 반대에 흔들리고 있는 그녀를 위해, 뭔가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싶었다. 나는 평소에 자주 가던 조용한 카페의 사장님에게 부탁해,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에 카페를 하루 빌리기로 했다. 한국인 사장님은 흔쾌히 동의하며


진짜 감동적인 이벤트가 되길 바란다 고 격려해 주었다.


카페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작은 트리와 조명이 반짝이는 아늑한 분위기였다. 나는 미리 벨라의 입맛을 생각해, 그녀가 좋아할 만한 일본식 케이크와 디저트를 준비했다. 또한, 벨라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간단한 선물도 준비했다.


그날 밤, 나는 벨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벨라, 오늘 저녁 시간 있어?”


어, 글쎄... 무슨 일이?”


랑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갈까 하는데, 잠깐 시간을 내줄래?”


그녀는 망설였지만 결국 승낙했다. 벨라가 카페에 도착했을 때, 나는 작은 테이블 위에 케이크와 선물을 준비해 두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빠, 이게 뭐야?” 벨라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네가 요즘 많이 힘들어 보여서, 조금이나마 기분이 풀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어. 크리스마스니까, 특별하게 보내자.”


나는 그녀에게 케이크를 건네며 작은 웃음을 지었다. 벨라는 한참 동안 말없이 케이크를 바라보더니, 눈물이 맺힌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 사실 이런 이벤트는 내 스타일이 아니지만… 정말 진심이 느껴져서 감동이야.


그녀는 케이크를 한입 먹고, 작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순간, 나는 벨라의 마음이 조금씩 풀리고 있다는 걸 느꼈다.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이야기하며, 서로의 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벤트 이후, 벨라와 나의 관계는 더욱 가까워졌다. 우리는 주말마다 시간을 내어 작은 여행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이번에는 칭다오에서 가까운 여행지인 연태(烟台)로 떠나기로 했다. 연태는 바다와 인접해 있어 경치가 아름답고, 특히 해산물 요리가 유명한 도시였다.


“오빠, 연태는 내가 어렸을 때 가족이랑 자주 가던 곳이야. 우리 같이 가서 그때의 추억을 나눠볼래?”

벨라가 설레는 표정으로 먼저 제안했다.


나는 흔쾌히 동의했다. 우리는 연태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났고, 도착하자마자 인터넷에 봐두었던 봉래춘에 갔다. 봉래춘은 청나라 때부터 문을 연 오래된(중국의 역사를 몰라서 몇 년인지는 모른다) 전통요리 전문점이다. 봉래춘의 내부는 오래된 중국식 인테리어와 고풍스러운 가구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벽에는 백 년 노점(百年老店)이라는 액자가 걸려있었고,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서 우리는 연태 출신 린샤오팅(林少庭)이 만들기 시작했다는 고량주도 주문하고 여러 가지 음식도 같이 주문했다. 그중에서 내 입맛에 정말 잘 맞았던 건 생선의 살을 주먹밥처럼 뭉친 위딴(鱼蛋)이 탕에 같이 있어서 정말 좋았다. 음식과 술을 같이 마시며 벨라는 자신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여기 오면 항상 가족이랑 이 마지막 음식을 먹었는데, 오빠랑 먹으니까 좀 색다르네?.”


벨라는 웃으며 말했다.


“마지막 음식이 무슨 음식인데??”

“음~ 보면 알아”

기분이 좋은 벨라는 한참 기대에 찬 눈빛으로 주방을 쳐다봤고 이윽고 마지막 요리가 나왔다.

삼겹살과 목이버섯 등 이것저것 들어간 칼국수 같은 것이었다. 밥 없이 먹다 보니 별로 먹은 것 같지 않았는데 그래도 국수를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오! 맛있다! 하오츠(好吃)!


이상하게도 갑자기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작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갑자기 부모님이 보고 싶네...”


그녀의 눈에는 살짝 눈물이 맺힌 듯했고, 나는 순간적으로 그녀의 외로움이 느껴졌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대답했다.


그렇다면 오늘은 내가 네 가족이 되어줄게.”


그날 밤, 우리는 연태의 유명한 해변가를 따라 걸었다. 연태의 해변가에는 야경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고, 바다 위에 비친 달빛이 잔잔한 물결을 비추고 있었다. 파도 소리도 잔잔히 들려오고, 하늘에는 별이 총총하게 빛나고 있었다. 벨라는 내 팔에 살며시 팔짱을 끼며, 조용히 속삭였다.


“요 근래 부모님 말씀 때문에 많이 힘들었는데, 오빠 덕분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


나는 그녀를 품에 안고 조용히 말했다.

나는 너와 함께하는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해. 그거 알아? 네가 내 곁에 있어줘서, 모든 순간이 더 빛나고 있어


벨라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내 품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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