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일이 반복되길 몇 주... 어느 날 밤, 나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벨라에 대한 생각에 잠겼다. 우리의 관계는 이렇게 멀어지고 있는 걸까? 아니면 내가 보지 못하는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 나는 문득 샤오딩과의 지난 이별이 떠올랐다. 그때도 비슷한 이유로, 부모님의 반대로 인해 우리의 관계는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이제 벨라와의 관계도 같은 길을 걷게 될까? 이런 생각이 들자 내 마음속에는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여 들었다. 두려움, 불안, 그리고 벨라를 잃고 싶지 않다는 간절함이 동시에 나를 압박했다.
나는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지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벨라에게 직접 물어보아도 그녀는 애매한 답변만 내놓았고, 구체적인 설명을 피하려 했다. 내가 강하게 다그치면 그녀의 마음을 더 불편하게 만들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서기엔, 벨라를 향한 내 감정이 너무 깊어져 있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행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첫 번째는 벨라의 부모님을 직접 찾아가, 우리의 관계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방법에는 큰 리스크가 있었다.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외국인 남자친구가 찾아와 딸과의 연애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었다. 그들의 반대가 더욱 강해진다면, 오히려 벨라에게 더 큰 부담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과거 샤오딩과의 경험에서, 부모님의 마음을 쉽게 바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두 번째 선택지는 벨라에게 시간을 주고, 그녀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녀의 혼란스러운 마음이 정리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배려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방법도 나에게는 큰 고통이었다. 그녀가 이 시간을 통해 나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떠나기로 결정한다면, 나는 그 선택을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두려운 일이었다.
어느 날, 나는 벨라와 만나기로 했다. 평소와 다르게, 그녀는 나와의 만남에 대해 큰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카페에서 만나 그녀와 마주 앉았을 때, 나는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용기를 내어 물었다.
“벨라, 요즘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 것 같아. 무슨 일이 있는 거야? 내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거지?”
벨라는 고개를 숙이고 침묵했다. 그녀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오빠... 나도 나 자신이 왜 이런지 모르겠어. 나는 오빠를 정말 사랑해. 하지만 부모님이 반대하시고, 나는 그 반대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야. 나는 장녀로서 가족을 책임져야 하고,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
그녀의 말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그러면 내가 부모님을 찾아가 볼까? 우리 관계에 대해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그분들을 설득해 볼게.”
벨라는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오빠. 그건 더 큰 부담이 될 거야. 부모님께는 내가 설득해야 해. 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조금만 시간을 줘.”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샤오딩과의 경험이 다시 한번 나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나는 결국 결정을 내려야 했다. 벨라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그녀의 마음을 헤아리려 노력하면서도, 나는 이 관계가 벨라에게 큰 짐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했다.
그녀와의 대화 후, 나는 텅 빈 방 안에 홀로 남겨진 기분이었다. 창밖에 비친 내 모습은 마치 방향을 잃고 떠도는 그림자 같았다. 만약 그녀가 이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녀가 나를 사랑하지만, 그 사랑이 그녀에게는 또 다른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면, 나는 그녀를 위해 물러서야 하는 걸까? 아니면, 내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별은 그 자리에 가만히 있지만, 우리는 그 별을 보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나는 지금 그 별을 찾기 위해 움직여야 하는 순간이 아닌가 싶었다.
결국 나는 결심했다. 벨라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는 이유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그녀의 부모님을 직접 만나기로 했다. 그들이 반대하는 이유를 듣고, 우리의 관계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해 볼 생각이었다. 벨라를 사랑하는 내 마음을 숨기지 않고, 진심을 다해 그들에게 설명하고 싶었다.
“벨라, 나는 너를 위해 무엇이든지 해볼게. 조금은 무모할 수도 있지만, 나는 너를 위해 이 모든 걸 해낼 거야.”
이제 나는 벨라를 위해 부모님 앞에 설 준비를 했다. 처음이었다. 이렇게 절대적인 반대 앞에서. 결말이 뻔히 보이는 불구덩이로 기름 범벅인 채로 뛰어드는 듯한 기분... 하지만 그들의 반대가 아무리 완강하더라도, 내가 보여줄 진심은 그 차가운 반대를 녹이는 데는 충분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