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태에 다녀온 후에도 우리는 주말마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평일에도 틈틈이 연락하며 서로의 일상을 공유했다. 하지만 그 행복감 속에서도 나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벨라는 예전과는 다르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가끔씩 내 눈을 피하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어느 날, 나는 샤오딩과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샤오딩은 나와 벨라의 관계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고, 늘 "조심하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그녀는 가끔 질투하는 듯한 말투를 쓸 때도 있었지만, 나는 그것이 단지 그녀의 성격 탓이라고 생각했다.
“이쌤, 벨라랑 잘 지내고 있는 거 맞아요?” 샤오딩이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응, 잘 지내고 있어. 그런데 요즘 벨라가 좀 이상해. 혼자 생각이 많아진 것 같아,” 나는 솔직하게 답했다.
샤오딩은 잠시 침묵하더니, 핸드폰을 꺼내 내게 보여주었다. 화면에는 벨라의 위챗(SNS) 프로필이 떠 있었고, 몰래 찍은 우리의 사진들이 있었다. ‘나의 사랑’이라는 문구와 함께였다.
“이걸 다들 보고 있어?” 나는 당황하며 물었다.
“응, 벨라가 자주 올리던데요. 이쌤은 몰랐어요?” 샤오딩이 약간 안타까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나한테는 말한 적 없어. 왜 나만 몰랐지?” 나는 순간 배신감이 밀려왔다. 우리가 사귀는 사실이 모두에게 공개된 상황에서, 나는 그걸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샤오딩은 내 손을 살짝 잡고 조언했다. “이쌤, 벨라가 자랑하고 싶었던 건 맞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렇게 공개하는 걸 몰랐다는 건 조금 이상해요. 이런 작은 오해가 쌓이면 둘 사이에 금이 갈 수도 있어요.”
그 순간, 나는 얼마 전 샤오딩이 벨라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이 떠올랐다.
“샤오딩, 너 혹시 벨라랑 최근에 따로 만난 적 있어?”
샤오딩은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네, 며칠 전에 만났어요. 벨라가 고민이 많아 보여서요. 부모님 문제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고 있더라고요. 이쌤에게는 이야기 못했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 ”
샤오딩은 내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쌤, 벨라가 저한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샤오딩, 나는 오빠를 자랑하고 싶어. 모두가 우리가 사랑하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 근데 이쌤한테는 이말을 했나요? ”
샤오딩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벨라는 이 관계가 너무 소중해서, 자기가 다 안고 가려고 하는 것 같아요. 부모님의 반대가 너무 커서 오빠에게 말하기 부담스러웠던 걸 수도 있어요.”
왜 그렇게 해야 했는지 알고 싶기도 해서 그날 밤, 나는 벨라와 만났다. 평소와 다르게 벨라의 표정은 무겁고,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그 얼굴을 보니 그런 호기심은 사라졌다.
“무슨 일이 있어?” 내가 물었다.
벨라는 한참 동안 말없이 나를 바라보더니, 작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오빠, 나... 요즘 너무 혼란스러워. 부모님이 반대하시는 것도 그렇고, 내가 이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 “벨라, 우리가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어. 나는 너를 사랑하고, 너도 나를 사랑하잖아.”
벨라는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오빠. 나는 부모님께 생활비를 보내야 하고, 동생 학비도 지원하고 있어. 부모님이 오빠를 반대하시는 이유를 알면서도… 나는 너무 고민이 돼.”
그 순간, 나는 벨라가 느끼고 있는 압박감과 책임감을 고스란히 느꼈다. 그녀는 나를 사랑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마음속에는 가족에 대한 의무와 책임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벨라, 나는 네가 얼마나 힘든지 이해하려고 해. 네가 지금 힘들어하는 건, 네 책임감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는 걸 알아. 하지만 나는 너와 함께 있고 싶어.”
벨라는 눈물을 참으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오빠, 나는 오빠가 너무 좋아. 오빠랑 함께 있으면 행복해. 하지만 내가 감당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부모님께서 반대하시는 것도 무시할 수 없고, 내가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아.”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진심으로 말했다. “벨라, 네가 힘들지 않도록 내가 기다려줄게. 네가 준비될 때까지, 나는 여기 있을 거야.”
그녀는 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조용히 내 품에 안겼다. 나는 항상 그랬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무 걱정도 하지 말자. 우리 함께 이겨낼 수 있어.”
그 순간, 우리는 서로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앞으로의 어려움을 함께 견딜 준비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