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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lee Dec 11. 2024

첫 만남의 어색함

식사 자리의 긴장감


세라의 부모님과의 첫날은 유난히 조용한 겨울밤이었다. 아파트 내부는 따뜻하고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지만, 나의 심장은 불편한 긴장감으로 한없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저녁 식사를 위해 모두가 거실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세라의 아버지는 과묵한 표정으로 수저를 들었다. 호리호리한 체구와 날렵한 턱선이 인상적이었다. 반면, 세라의 어머니는 친근한 미소로 나를 바라보며 음식을 권했다.

"많이 드세요. 추운데 멀리 와서 고생했어요."


그녀의 말에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정말 따뜻하게 맞아주셔서요."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내가 이 자리를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떠나질 않았다. 한편, 세라는 나와 부모님 사이의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주려는 듯, 활발하게 이야기를 주도했다.


"아빠, 이거 아빠 좋아하는 요리예요. 엄마가 준비한 거예요."

세라의 목소리는 밝았지만, 아버지의 눈길은 여전히 나를 향해 있었다. 마치 내가 세라와의 관계에서 얼마나 진지한지를 탐색하려는 듯했다.


압박감 속의 대화


“칭다오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아버지가 던진 첫 질문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가벼운 테스트의 기운이 느껴졌다.


“저는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주로 대학생들이나 한국에서 유학을 준비하려는 학생들을 대상으로요.”

나는 최대한 진중하게 대답하며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가르치는 건 책임감이 많이 필요하죠. 힘들지는 않나요?”

그의 추가 질문에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대답했다.


“물론 쉽지는 않지만, 제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게 큰 보람이거든요.”


이 대화 중, 세라의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호응했다.

“정말 훌륭한 직업이에요. 요즘 아이들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데요.”


하지만 아버지의 시선은 여전히 무겁게 느껴졌다. 그는 음식을 천천히 씹으며 말했다.

“중국에서의 삶은 한국과 많이 다를 텐데, 적응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처음에는 문화적 차이가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오히려 그런 차이가 저를 더 성장하게 했어요.”


세라의 지원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세라는 틈틈이 나를 도와주었다.

"아빠, 그는 정말 성실한 사람이에요. 항상 학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너무 존경스러워요."


세라의 말이 나에게 큰 힘이 되었지만, 동시에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함께 느껴졌다. 부모님 앞에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건 단지 말뿐이라는 사실이 안타깝게 다가왔다.


첫날밤의


식사가 끝난 후, 어머니는 따뜻한 차를 준비하며 나와 세라에게 말했다.

“멀리서 와줘서 고마워요. 대화는 서로를 이해하는 거잖아요. 천천히 우리를 알아가 주세요.”


그 말은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만큼 내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걸 상기시켜 주었다.

세라와 나는 거실로 돌아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괜찮아. 우리 부모님도 너를 좋아하실 거야.”


나는 세라의 손을 꼭 잡으며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오늘은 시작일 뿐이야. 내가 진심이라는 걸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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