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에 없던 저녁 수업의 시험대

by leolee

내가 한국어 선생님으로서의 첫 발을 내디딘 칭다오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월급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적었고, 사실 한국어라는 언어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언어가 아니었기 때문에 학원에서도 그다지 높은 비용을 받을 수 없었다. 처음엔 "이 정도로는 생활을 꾸려나가기 힘들지 않을까?"라는 고민이 들었지만, 그래도 기회는 왔으니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수업 준비는 만만치 않았다. 사용하던 교재는 오래된 책으로, 페이지마다 삭막한 글자만 가득 차 있었다. 그림 한 장 없는 책을 가지고 학생들에게 흥미를 유발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었다. 그래서 나는 한국에서 교육 관련 서적, 한국어 학습서, 심지어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까지 사 와서 수업 자료를 보충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학생들이 내 노력에 조금씩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었다.


"선생님, 이 부분을 다시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처음으로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마다, 나는 교류가 있는 수업이 진정한 교육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가르치는 것이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과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 배워가는 과정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때까지 나는 교육학을 전공하지 않았고, 가르치는 데 있어 부족함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옆에 있던 경험 많은 중국인 선생님이 조언을 해 주었고, 나는 그들의 도움에 큰 감사를 느끼며 수업 방식을 점차 개선해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도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저녁 수업이었다.


낮 수업을 마치고 보통 5시면 퇴근하던 나는, 어느 날 갑작스레 저녁 수업을 맡게 되었다. 저녁 시간의 학생들은 직장인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들은 취미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었다. 한국어가 좋아서 배우는 이들인 만큼, 학생들과의 상호작용도 기대했지만, 내 속은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낮에는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조금 어리숙한 부분이 있어도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지만, 직장인들과의 수업은 달랐다. 그들은 나이가 많았고, 내가 조금만 실수를 해도 바로 비판할 것만 같았다.


그렇게 긴장한 상태로 첫 저녁 수업을 준비했다. 수업 시작 전에 학생들이 하나둘씩 들어왔고, 나는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여러분과 함께 한국어 수업을 진행할 한국인 선생님입니다."


하지만 내 소개가 끝나자마자 한 학생이 물었다.


"중국인 선생님은 어디 계시죠?"


당황스러웠지만,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설명했다.


"오늘은 제가 수업을 맡았습니다. 저랑 같이 두 시간 동안 공부하시면 됩니다."


그러자 그 학생이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아니, 우리 그냥 가자."


순식간에 20명의 학생들이 그를 따라 나가버렸다. 그 순간, 나는 멍하니 그들의 등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잘못한 게 있었나? 그저 인사를 했을 뿐인데, 왜 이들은 나를 거부하는 걸까?


나는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혹시 내가 외국인이어서? 한국인이어서? 그때 처음으로 내가 이곳에서 진정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중국인 선생님에게 이 일을 털어놓았다. 선생님은 "아마 오해였을 것"이라며 위로해 주었고, 그 학생들은 다시 돌아와 나에게 사과를 했다. 하지만 그날의 경험은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에게 깊은 상처로 남았다. '내가 수업을 잘하지 못한 걸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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