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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된 실수

불완전함을 기록하는 법

by 아타마리에

아이의 담임선생님은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오타나 잘못 쓴 부분이 발견되면, 지우개를 사용할 수 없고 대신 자를 꺼내어 틀린 부분에 줄을 긋도록 한다. 아이들에게 이 방식은 처음에는 불편했겠지만, 글을 완성한 후에는 실수했던 부분이 한눈에 들어온다. 자를 사용해 정리된 형태 덕분인지 결과물은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자주 실수하는 부분과 오타가 명확히 드러나면서, 자연스럽게 실수가 줄어들고 아들은 초안에도 더욱 정성을 쏟는 습관이 생겼다.


미완의 인간에게 실수는 불가피하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다. 어떤 이는 화가 나서 검게 덧칠해 버리고, 또 어떤 이는 흔적조차 남기지 않으려 지우개로 지우거나, 수정테이프로 덮는다. 그러나 덮는다고 해서 실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삶의 종이 위에 남은 그 하얀 얼룩은, 완벽을 욕망하는 인간의 불안을 증명한다.


그래서 나는 내 인생의 실수도 지우지 않고, 자로 긋듯 남겨두고 싶다. 만약 자로 긋듯 정리할 수 있다면, 내 실수가 미워 보이지 않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수를 다시 바라보며 개선할 기회를 가지면, 오히려 그것이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니체가 말했듯, 인간은 “불완전하기에 더 위대하다.” 실수는 우리를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존재의 모서리를 드러내는 작업이다. 그 흔적은 껍질의 흠이 아니라, 우리가 진짜로 살아냈다는 증거이다.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성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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