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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오빠다웠던 이별

잠시 안녕, 우리 꼭 다시 만나자

by 연두부 Dec 26. 2024

12월 20일 금요일 새벽,

남자친구는 마지막까지 저를 배려하며

아프지 않은 곳으로 긴여행을 떠났어요


수요일에 이별을 연습했고

목요일에 깨어나서는 하루종일 안자더라구요

매일 자는 오빠인데...

저도 평소와 다른 느낌에

피곤함은 미뤄놓고 하루종일 오빠 옆에 누워 꽁냥꽁냥 시간을 보냈어요


금요일 새벽에도 30분마다 산소포화도를 체크하다가 새벽 네시쯤 잠이 들어버렸고 안정적이던 수치를 믿고 알람을 따로 맞추지 않고 잤어요


그런데 7시 30분에 수치가 안재지더라구요

제가 너무 슬퍼할까봐 제가 자던 중에 여행을 떠났어요


마지막까지 저를 생각한 것 같아요


오빠표정을 봤을 때도 자는줄만 알았어요

그만큼 편하게 떠났다고 생각해도 되겠죠?


제가 피곤해서 자는 동안

오빠의 부름을 못들었을까 그게 가장 속상해요


그렇지만 발견했을때만 해도

정말 자는 것처럼 편안해보이던 오빠

편안히 갔다고 믿어도 되는거겠죠


요즘 오빠는

내 옆에 좀만 더 있어달라는 말이 미안할정도로

많이 야위고 아팠었어요


하나하나 기능을 잃어가는 오빠를 볼 때면

이제는 정말 내가 오빠를 보내줄 때가 됐구나

느끼기도 했어요


오빠가 이제 안아파도 된다는 것만 생각하려구요

오빠는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좋은 곳에 갔을거고

제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 제가 너무 울면 좋은 곳을 앞에 두고도 못갈 것 같아서요


그래서 꾹 참고 오빠 잘 보내주려구요


금토일월 4일장을 했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와주셨어요


제가 너무 어려서 다들 모든 일을 나눠 해주시고

정말 오빠를 보내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게

회사분들, 친구분들이 다 도와주셨어요


오빠 지인분들인데

다들 저까지 걱정해주시고 위로해주셔서

오빠가 정말 잘 살았구나 생각하며

조금이나마 위로 받는 시간이었어요

화환도 많이 와서 둘 곳이 없었어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빠의 가는 길을 빌어주니 오빤 꼭 좋은 곳 가야해요


꼭...!!!

내 걱정 하느라 못가면 안된다!!!


입관도 슬프다는 분들이 많았는데

전 꼭 가야한다고 생각해서 갔고

잘 갔다고 생각해요


오빠 너무 보고 싶었는데

마지막 편안히 있는 모습 한번 더 보고

볼을 만져주고 하고 싶은 말도 하고 왔어요


해외에 있어서 금요일 낮에 도착해서 오빠를 못본 아빠도, 군대에 있어서 오빠를 못본 막내동생도 오빠를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오빠가 어려서 상주가 부족해 동생들도 상주 역할을 했고 가족 모두가 오빠의 가는 길을 든든하게 채워줄 수 있어 다행이었어요


마음은 아프지만 다행인게 많았던 오빠와의 이별


어찌보면 6월부터 6개월간 지금까지

오빠는 저에게 오빠와 이별할 시간을 준 것 같아요


집을 그렇게 좋아하던 오빠가

집에도 안간다고 하고 병원에만 있고

혼자 있는 시간도 서서히 늘려가게 하고

저를 위해 마지막까지 이악물고 버텨준 오빠


수요일도 가다가 제가 너무 오열해서 잠시 인사해주러 왔었나봐요

목요일 내내 놀아주다가 간 오빠...

모든게 오빠한테 고맙고 미안하고 그러네요


앞으로 저는 살아내는 일기를 써보려해요

오빠가 투병하면서 힘들때 글 쓰는게 많이 도움이 됐었고 어쩌면 투병하는 시간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내야하기 때문에 글은 계속 써보려구요


오빠도 브런치를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


사랑하는 오빠,

4년 7개월 긴 시간동안 투병하느라 고생 너무 많았고

투병하는 와중에도 내 생각, 내 걱정 멈추지 않아줘서 너무 고마웠어

오빠한테 고마운게 너무 많아

너무 많은걸 알려주고 떠난 오빠

나도 오빠한테 든든한 사람이었어?

오빠도 내가 있어 행복했지?

나는 너무 행복했어

크리스마스 병원에서 같이 보낼 줄 알았는데

너무 아쉽다.

그래도 오빠 메리크리스마스야

사진 인화해서 또 오빠보러 갈게

사랑해 오빠

이젠 내 걱정 말고 오빠만 생각해

긴 여행하다가 우리 꼭 다시 만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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