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에서도 잘지내보자
좋아졌다 나빠졌다
밀당도 이런 밀당이 없는 병이
바로 암이다.
나는 5년째 암투병을 하고 있는
남자친구의 곁을 지키고 있다.
괜찮은 날도 있고
괜찮지 않은 날도 있다.
요즘은 괜찮지 않은 날이 많았다.
올해 여름,
남자친구는 시한부 1개월을 받았고
나는 남자친구의 마지막을 지키기 위해
휴직을 했다.
그리고 남자친구는
내 사랑에 보답이라도 하듯
기적처럼 점점 회복하더니
9월에 재활병원에 가겠다고 직접 이야기하고
지난주까지 재활을 받았었다.
그러던 중 여름에 수술했던
션트 관의 노출로
재수술이라는 선택에 기로에 놓였고
우리는 미래를 보며 수술을 결정했다.
이후부터 우리는
괜찮지 않은 상황을 겪고 있다.
수술때문에 면역력이 낮아져
암이 급격하게 진행된 탓인지
밥을 먹던 오빠가 밥을 못먹고 콧줄을 끼고
양치한 물은 물론 가래도 뱉지 못하게 되었다.
재활병원에서 한참 자고 있던 새벽 3시에 갑자기 눈이 떠졌고
내 옆에서 오빠는 경련이 왔었다.
경련까지 와서 산소포화도는 80까지 갔었다.
가래를 못뱉어 폐로 넘어가 숨을 못쉬어 산소포화도가 내려가 경련이 온건지
경련이 와서 산소포화도가 내려간 것인지 아무도 알수가 없다.
그 한 번의 경련으로 그날 내내 섬망이 왔었다.
6개월 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 같아 울기도 했고
재활병원에서도 호스피스를 얘기하여 우리의 기적은 끝이구나 하고 울었다.
호스피스로 가면 이별이 바로 앞에 올 것만 같아서
가지 않겠다고 했었으나,
오늘은 호스피스에 온지 일주일이 되는 날이다.
일주일 내내 참 많이도 울었지만 답을 하나 찾았다.
호스피스에 왔다고 이별하지 않을 우리가 이별할 일은 없다.
호스피스에 오지 않았다고 이별할 우리가 이별하지 않을 일도 없다.
이렇게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괜찮은건 아니다.
일주일 전만 해도 재활을 받던 오빠가,
카톡을 주고 받던 오빠가,
이렇게 하루종일 잠만 자서 너무 속상하다.
그리고 호스피스는 대부분 말기암 환자들이 입원하는 곳이라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많다.
이렇게 어리고 어린 우리가 이곳에 와있는 사실만으로도
사실은 괜찮지가 않다.
호스피스 라는 단어를 모르고
한참 놀아도 될 나이인데
여기 있어 슬프기도 하다.
하지만 사랑하니까
이또한 괜찮다고 서로를 위로하는 이야기를 써보고자 한다.
그래도 지난주보다는 덜 슬프니까
우리 여기서도 잘 지낼 수 있을거야
늘 그렇듯 함께니까 괜찮아
오늘도 사랑하는 오빠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