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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한켠 말 한마디

by 지푸라기


생각해 보면


사람의 마음처럼 쉬이 움직이는 것도 없다.


또 사람의 마음처럼 속이기 쉬운 것도 없다.










어떨 때는 몹시 요동치고 또 울적하다가도


어떨 때는 마치 내가 성인이라도 된 것마냥


평안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마음이 어떻게 변하던


무엇에 기인하든 간에


행복과 불행과 그 외 수많은 감정들은


우리 안에서 항상


자기들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어떨 때는


거짓된 정보를 듣고 나에게 이롭다 생각해서 행복감을 느낄 때도



부득이하게 오해를 하게 되어 화를 참지 못했을 때도 있었다.










신이 아마도


그런 감정의 오인까지도 계산하고


인간들에게 실수하라고...


그러면서 그 실수들을 통해 많은 것을 느껴보라고...


그렇게 우리를 빚어낸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신이 계획한 그 모습 그대로


나 또한 실수를 잘하기에


감정이라는 게 항상 먼저 달려가고


이성이라는 놈은 늘 그렇듯 뒤늦게 정리한다.










그렇지만 나는


간사하게 나이를 먹어


오인된 행복감이나 불쾌감은


나의 이성을 빠르게 투입해서


내 안에서의 오해를 곧바로 풀어버리고


정리를 해버린다.










결국 그렇게


안 좋은 감정을


빨리 정리를 잘하는 사람이 되었지만


좋은 감정마저도


나의 이성의 신속한 개입으로


정리를 잘하게 되어버렸다.


게다가


남들의 감정적인 오해와 오인을 보게 되면


참지 못하고


사실로 바로잡아주는 버릇도 생겼다.










나도


나의 인생에서 몇 안 되는, 말로 표현이 잘 안 되는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하루 종일 행복감을 느낄 때가 그랬다.


그리고 이어서 그 행복의 감정이 사그라질 때 즈음


그것의 배터리가 다된 듯 느껴지면


나를 고양시킨 그 말 한마디를 다시 곱씹으면서 행복을 충전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나이가 들면서 그렇게 감정이 쉽사리 움직이지는 않는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뜬금없이


그때 그 젊음의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나를 하루 종일 들뜨게 만드는 사건이 있었다.










나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현명하고 아름답고, 정이 많고, 배려심 깊으며


매사에 열정적이다.


자신의 삶에 진지하고


조그맣지만 무시 못할 야망도 있고


타인에게 진실되고 예의 바른 사람이다.


그리고 강하지 않지만 강한 척도 잘한다.


아마도 그 사람의 까끌했던 삶이 그 사람의 모습에


강한척하는 인간미를 가미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간혹 그 사람에 대한 연민까지도 느낀다.




그리고 그 말을 나의 사랑하는 그 사람에게서 듣게 되었다.








그 사람이 그날 힘든 하루를 겪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 그 힘든 하루를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어떤 하나의 생각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 힘듦이 느껴질 때


그 사람은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니들이 아무리 나를 힘들게 해도 나는 니들한테 없는 게 있지... 나는 ***이가 있다." (여기서 ***은 제 이름 입니다.)








그날 여느 때처럼


일을 마치고 퇴근 후 밖에서 만나 저녁을 먹으며


그 사람이 갑자기 그 말을 나에게 했고.


나는 형언할 수 없는 마음상태가 되어버렸다.


왜냐하면 나는


그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라고 하는 그냥 그런 평범한 사람을


이렇게 말 한마디로 예쁘게 올려쳐 주는 경우가 내 삶에서 있었을까? 싶었다.


그리고


나 또한 그 사람과 같은 생각을 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그 사람에게 똑같이 말해줬다.




'나도 똑같은 생각을 했었어, 세상이 아무리 나를 힘들게 해도 내게는 네가 있다는 생각을... "










몰랐었다


내가 이 나이에도


이런 한 문장의 말만 듣고


좋은 감정을


그 다음 날이 되고 나서 까지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진부한 말이


이렇때 쓰는 말이 아닌가도 싶었다.














아주 멋진 사람이라고 나를 오인한 그 사람


남들의 오해를 보면 달려가서 풀어주던 나였지만


이 오해는 끝까지 풀고 싶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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