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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이 있다는 것은

by 지푸라기



고집이 있다는 것은

그 사람만의 철학이 있다는 것

그 철학이 슬프게도 공감을 얻지 못할 때

그것은 아집으로도 불리지만

충분히 공감을 얻거나

특별함으로 피력되어진 고집은

때로는

그 사람의 매력이 된다.




나는 에스프레소 커피를 좋아한다.

작은 잔에 담겨있는

검은색의 진득함을 좋아하고

쓴 맛 이후에 다채롭게 느껴지는

갖가지 풍미 또한

나의 에스프레소 사랑의 이유가 된다.

대학생 때 멋모르고 갔던 배낭여행에서

에스프레소를 처음 접했고 이후

강남역에 위치한 카페 커피빈을

용돈을 쪼개가며 찾아가서

계절과 상관없이 끊임없이

까만 생경함을 즐겨왔다.




처음에는 겉멋이었고

그 조그맣게 생기다만 에스프레소 잔이

가성비를 따지는 나의 본연의 성질을

무척이나 자극했었지만

맛과 향에 조금씩 스며들어

결국 그 조그만 것에 내가 빠져 버렸다.

누군가에게는 이상한 고집을 갖은

엉뚱한 사람으로 보여지기도 하겠지만

남들과는 다르게 생겨버린

내 안의 이상함을, 그 다름을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스스로 인정하게 되었다.




사실은 이기적 이게도

남들과는 다른 나의 취향은

남들이 그냥 이해해 주기를 바라고

어쩌면 그들이 나의 그러함을

그렇게 긍정의 이미지로만 봐주기를 바라왔다.

나는 그러지 못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나는

펄이 들어간 공차를 뜨겁게만 마시는 내 친구 놈을 이해를 잘 못하고 살았지만(펄이 녹아 없어짐)

항상 그렇게 마시는 친구 놈 또한 존중해 보기로 했다. (나름 고집 있는 멋진 놈이라고...)




존중은 그런 것이 아닐까

나와는 다른 어떤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은 시간이 걸리고

어떨 땐 저항도 생긴다.




그렇게 존중은

커피의 취향과도 같이

상대방의 나와 다른 모습을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자'를 가지고 다닌다.

그리고 그 '자'를 타인에게 들이대며

자신의 기준에 부합되는지 확인하며 살아간다.




자신의 경험에 의해 만들어졌던

타인의 말에 의해 만들어졌던

단지 상상 속에서 굳건하게 지어졌던

자신이 가지고 있는 규격인 자기자는

고집의 모습이 되고, 나름의 철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견고해지고

점점 고루해진다.

나이가 들수록

나와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들이

쉽지가 않은 이유가 바로 그런 것들 때문이 아닌가





하지만

모두가 나와 같다면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 것이

항상 내 맘 같고 쉽다면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지고 사귀는 것에

어떤 감흥이 있을까?



때로는 반목하고

때로는 협상하고

때로는 있는 그대로 인정해 버리고

그러한 모든 것들이

사실은 숨겨져 있었던

'삶의 재미들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나는

고집을 두루 갖춘 나와 타인이

서로를 마주 보고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타협해 가는 모습들을 사랑한다.

바로

'고집과 존중의 사이 어느 정도'를

찾아가는 과정들을 말이다.




물론 고집이 많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그 사람들은 그 스스로와의 타협을 통해

타인을 잘 받아들이는 것을 연습해 왔고

타인과의 반목을

스스로의 안에서 풀어버린

성숙한 부류라고 물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 또한

그 나름대로 리스펙트 하지만

나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있는 그대로의 가감 없는

상대방의 생 고집과 마주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고집을 내세우고 싶어 한다.

그런 고집을 처음부터 감추며 나를 숨기는 모습이 아니라

그 고집을 처음부터 보여주고

그 안에서

투쟁도 하고 화해를 하고

인정도 하고, 한발 물러서도 보는 그런것들

그러함의 재미를 이제는 알기에




나는

이제는

이렇게 생각한다.




'고집이 있는사람은 고집이 없는 사람보다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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