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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첫눈

우리와 첫눈을 밟은 너

by 가을해 Mar 05. 2025

'시간은 언제나 그렇듯 속절없이 흐른다.'


겨울이 찾아왔다.

눈과 함께.

또 다른 고민과 함께.


누군가에게는 이 고민이 별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반려견을 처음 맞이한 우리 가족에게는 "눈 산책"이 꽤나 어려운 주제였다. 이유는 가을이의 착의 거부 때문이었다.


가을이는 신기하게도 옷만 입혀놓으면 산책을 거부했다. 이 때문에 멀쩡히 산책 나와서 도로 들어가는 일이 허다했다. 그래도 날씨가 추워지면 어련히 입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이는 나의 명백한 착각이었다. 가을이는 영하 기온에도 옷을 입지 않았고, 우리는 매번 우려스러운 마음으로 산책을 다녀왔다. 


그리고 24년 최대의 폭설이 내렸다.


우리 가족은 평소에 하지도 않는 가족회의를 열었다. 주제는 '과연 눈 온 날에 산책을 시키는 것이 맞을까?'였다. 좋은 경험이 되겠지만, 가을이가 감기에 걸려 고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고민이 많아졌다.


그러다 친구가 SNS 스토리에 올린 사진을 우연히 보게 됐다. 친구의 반려견이 눈 밭에서 가족과 함께 뛰노는 사진이었다.


'아, 가을이는 이런 걸 원할지도 몰라.'


놓치고 있던 무언가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그렇게 긴 상의 끝에 우리는 가족 다 같이 가을이와 산책을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옷은 입지 않을 채로. '추우면 우리가 안아주면 돼!'라는 마음가짐으로.



우리와의 첫 산책우리와의 첫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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