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툭'
가을이가 우리에게 오던 날, 아이는 홀로 오지 않았다.
전주인은 가을이가 평소에 좋아했다던 장난감을 함께 보냈는데,
희한하게도 가을이는 그 장난감을 깨물 뿐, 내가 그것을 던져주면 그저 나를 빤히 쳐다보기만 했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내가 공놀이는 강아지들의 보편적인 놀이 방법 중에 하나로 알고 있는데, 어째서 이 아이는 놀이를 하지 않는 것일까? 나는 그래도 이제는 꽤 유대감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부족한 것일까? 큰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이 처음인 나에겐 모든 것이 흔들 다리 같았다. 작은 바람에도 쉽게 흔들리는..
그러나 이 감정은 이내 황당으로 바뀌었다.
세상에 태어난 지 1년이 넘은 강아지가 공놀이를 잘 모를 수 있는 건가. 아니 모를 수 있다고 쳐도, 이렇게까지 노는 방법을 몰라도 되는 건가.
이때부터 나는 가을이의 장난감을 쥐고 복도 끝을 향해 몇 번이고 던졌다.
집안을 까치발로 사뿐히 뛰어다니며 가을이를 아깝게 놓친 척 연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컴퓨터 작업을 위해 방 안 책상에 앉아 타이핑을 하던 나에게 가을이가 차박차박 특유의 발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그리고는
"툭"
장미 인형을 내 발 밑에 두었다.
그런데 내가 기쁜 마음에 그 장난감을 주우려던 찰나.. 가을이가 그 장난감을 들고 달아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나 잡아봐라'하며 달아가는 가을이의 뒷모습을 보며, 기쁨의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