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한 세월이 이만큼인데 왜 우린 아직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까?
아버지와의 큰 다툼 이후 일주일이 지났다.
우리는 서로를 최선을 다해 바라보지 않았고, 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에게 화가 났다.
어렸을 적 나에게 보여주셨던 충동적인 모습이 가을이에게 영향을 줄까 두려운 마음이 앞섰다. 나의 아버지가 그러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알지만.. 지금까지도 보이는 다소 격한 모습에 ’ 사람은 정말 변하지 않는 걸까?‘라는 무기력한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 질문이 해결이 될 때까지 나는 아버지와 어떠한 대화도 나누고 싶지 않았다.
물론 이것이 나의 고집인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부모님께 그러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저 바뀌지 않는 아버지의 한 면을 보며, 답답한 마음이 주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랬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주 후..
나와 아버지가 동시에 집 현관문을 나선 날이었다.
아버지께선 재활용 쓰레기를 들고 엘리베이터로 향하셨다. 나도 아버지의 뒤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탑승까지 10초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어색한 침묵은 공기의 흐름을 늦추는 듯했다.
그때,
아버지께서 나에게 말을 던지셨다.
“어디 가냐?”
“친구 만나러요. 아빠는요?”
“이제부터 아빠라 부르지 마라”
“아 왜요 아빠~”
나는 아버지의 새침한 대답에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이에 아버지 또한 환한 미소를 비추셨다.
나는 그 미소를 보자, 서운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내 머릿속을 맴돌던 무기력함이 무색함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세상에 태어나 아버지를 만난 지 27년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아버지와 나는 서로를 이해하는 순간이 많이 없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그 누구보다도 서로를 뜨겁게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