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산책하는 게 어색해?
우리는 가을이를 입양한 이후 인터넷을 통해 강아지 용품을 닥치는 대로 구매했다.
머지않아 산책 용품이 집에 도착했고, 나는 곧바로 가을이와 함께 산책에 나섰다.
그런데 맙소사..
이전 주인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지만 가을이는 마치 산책을 처음 해보는 아기 강아지처럼 걸었다.
주변 냄새를 맡기는커녕 앞만 보고 걸어갔고, 억지로 산책하는 것처럼 텅 빈 눈으로 주변을 응시할 뿐이었다.
가을이는 웃지 않았다.
물론 우리 집에 온 지 얼마 안 된 터라, 신이 나지는 않겠지만
산책을 어색해하는 가을이를 보며 왠지 모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문득 벌써부터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 가을이에게 더 미안한 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마음속으로 결심했다.
가을이가 사는 동안 바다 냄새를 맡게 해 주고,
숲 속 진흙을 밟게 해 주고,
더 넓은 세상을 구경시켜 줘야겠다고.
가을이의 세상이 집이 되게 만들지 않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