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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우리에게 온 날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던 그날

by 가을해 Feb 21. 2025

전화 너머로 들은 강아지가 우리 집에 갑작스럽게 온 경위는 이러했다.


"이전 집에서 도저히 두 마리는 못 키우겠다고 데려가래."


갑작스럽게 결정된 입양이었기에, 우리 가족은 모두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 특히 아버지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은 상태로 입양했기 때문에 그의 반대가 가장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어머니 또한 다른 곳으로 입양 가는 것보다 반려견 입양에 대해 꾸준히 고민해 오던 우리 집으로 데리고 오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 덜컥 데려오긴 했지만, 절대적으로 강아지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태였다.


나는 그날 선약이 있어 밖에 있다가 강아지가 왔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집으로 갔는데


'맙소사..'


너무 작고 귀여운 생명체가 조그마한 발로 거실을 걸어 다니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편으로는 자신의 집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낯선 내가 들어왔을 때 짖지도 않던 모습에 마음이 아리기도 했다.

나는 너무나도 귀여웠던 이 강아지를 꼭 안아주었고, 앞으로 내가 지켜주겠다고 마음속으로 약속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강아지를 입양한 우리에게 던져진 첫 임무는 기존의 이름을 사용할지 혹은 새로운 이름을 지어줄지 결정하는 것이었다.


부모님은 1년 넘게 이 이름을 사용했기 때문에 본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고, 나는 엄연히 우리의 새 가족이 되었을뿐더러 이전 주인이 못 키우겠다며 우리에게 입양 보낸 것이기에 새로운 이름으로 새 출발 하는 것이 강아지에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상의 후 우리는 결론적으로 강아지에게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다.


나는 누군가에게 이름을 지어준 경험이 있을 리 없었고, 부르기 쉽게 한국어로 된 이름으로 짓자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이름을 지으려니 더욱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나는 새삼스럽지만 기분 좋은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염원을 이름에 담는 그 과정에서 우리 부모님이 나의 이름을 지어주실 때 이런 마음이셨겠구나 하는.. 그런 몽글몽글한 생각.


나는 긴 고민 끝에 강아지의 이름을 "가을"이라 정했다.

늦가을 무렵에 나에게 찾아온 선물 같은 아이.

때마침 내 생일도 가을쯤이라 더 의미가 깊게 느껴졌다.




가을이가 우리에게 처음 온 날가을이가 우리에게 처음 온 날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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