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우연사전

[우연사전]: (33) 운명

우연히 발견한 단어로 필연한 문장을 씁니다.

by 두리뭉실

운명

명사

1.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초인간적인 힘. 또는 그것에 의하여 이미 정하여져 있는 목숨이나 처지.

2. 앞으로의 생사나 존망에 관한 처지.




운명을 믿는가?


운명이라고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 있다. 갑자기 내가 운명이라는 글자를 선정한 이유도 ‘3’이라는 숫자 때문이다. 대기표를 받을 때, 추첨 번호를 받을 때, 뽑기를 했을 때 등 숫자가 등장하는 곳이라면 나는 줄곧 3 혹은 33을 뽑는다. 놀랍게도 내 생일도 3월 3일이다. 그래서 나는 3이라는 숫자가 내 운명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운명은 정말 운명일까?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고 나며 운명은 내가 의미 부여를 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정말 운명일 수도 있지만 내가 ‘3’이 반복되어 나에게 나타나는 순간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의미 있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건 운명으로 이어질 수 없다.


우리가 운명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운명을 잡아내는 것도 능력이다. 스쳐 지나가는 아무 의미 없는 존재가 되었을 수도 있지만 굳이 내가 그 인연을 잡고 굳이 의미를 부여하며 필연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운명으로 거듭난다. 그래서 요즘 운명을 만들고 그 운명의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도 능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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