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온다.
새하얗고 솜털같이 가벼운,
온세상을 모두 하얗게 뒤덮는 눈이 온다.
모든것들을 하얗게 물들이겠다는 듯이.
기분이 좋았다.
알록달록하던 세상이,
무겁고 복잡하게 느껴졌던 세상이
모두 감춰지고
가벼워진것만 같아서.
하지만 잠시뿐.
이내 사람들에 의해,
밟히고 밟힌 눈은
금세 새카맣게 변해버리고
솜털처럼 가볍게만 느껴졌던
눈송이들은
물인지 흙인지 모를
질뻑질뻑한 흙탕물이 되어
사람들이 피해만 다녀야 했다.
길을 내기위해
한쪽으로 치워버렸던 눈들은
큰 바위같은 덩어리가 되어
골치아픈 짐처럼 애물단지가 되었다.
세상을 예쁘게 감춰졌던 눈은 보이질 않고,
치워지지 못한 눈들만 이세상에 가득해져 있다.
내 마음과 같다.
내 마음에도 새하얀 뽀송뽀송한
눈들이 가득가득 했었던 적이 있었다.
원래의 내 마음의 색깔이
무엇인지도 잊어버리게 할 만큼
새 하얀 눈이,
계속 될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 눈들은 사람들에 의해
차례차례 짓밟히며
새카맣게 변해갔고,
가볍게만 느껴졌던 마음이
너무나 무거운
흙탕물이 되어 갔다.
차마 다 녹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워진
커다란 눈덩이 같은
나의 마음은
어느순간 피해가야만 할
장애물이 되었다.
불편했다.
질뻑거리는 흙탕물이
곳곳에 놓여있는 바위덩이 같은
눈덩이들이
흉물스럽고 무거웠다.
그렇게 지쳐갈때쯤
따뜻한 바람이 느껴지는
봄이 내게 찾아왔다.
그 봄은
질퍽거리는 흙탕물을
바짝 마르게 해주었고,
곳곳에 놓인 눈덩이들을
조금씩 녹여
점점 작아지게 만들더니,
원래 없었던 것처럼 만들어 버렸다.
시간이 걸렸다.
불편함도 감수해야 했다.
없었던 것처럼 녹아버렸지만,
그 자리에 자국은 남아있다.
난 이제 안다.
언젠가 다시 눈이 또 내릴것이라는 걸.
모든걸 감춰버리듯 펑펑.
그리고 또다시
짓밟히면서 힘든 날들이 생길거라는 것도.
하지만 견디다 보면 곧
봄이 온다는 사실을.
그 상황은 계속 되지 않을 것이라는걸
불편을 겪고 나서야,
충분히 아파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