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단편 - 몽십야(夢十夜) 제 7야

몽십야(夢十夜) 제 7야

by ToB

서기 2342년, '제네시스 호'는 인류의 마지막 고향이었다. 적어도 그렇게 불렸다.


나는 이 거대한 금속의 방주, 제네시스 호의 승객이다. 우리는 50년 전, 황폐해진 지구를 떠났다. 아니, 사실 '나'는 떠나지 않았다. 나는 이곳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뉴 도쿄'의 마지막 생존자로서 이 배에 올랐지만, 나는 한 번도 진짜 흙을 밟아본 적이 없는 '선상 세대'였다.


그럼에도 나는 이방인이었다.


우리 부모 세대는 이미 대부분 동면 상태에 들어가거나 세상을 떠났다. 지금 배의 복도를 활보하는 이들은 나와 같은 '선상 세대'이거나, 혹은 그들의 자손인 '넥서스 세대'였다. 그들은 이 배를 고향으로 받아들였다. 그들의 피부는 인공조명에 익숙해져 창백했고, 그들의 언어는 효율성을 위해 지구의 고어(古語)가 대부분 도태된 '함선어'였다.


나는 그들과 섞이지 못했다. 나는 아버지의 유품인 낡은 데이터 패드에 담긴 '지구'를 탐독했다. 푸른 하늘, 중력에 묶여 떨어지는 비, '바다'라는 거대한 물웅덩이. 그것들은 종교처럼 와닿았다.


"목적지까지 남은 시간, 412.05 솔."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무감각하게 숫자를 깜박였다. '솔(Sol)'은 우리가 향하고 있는 '에덴 프라임'의 자전 주기를 기준으로 한 단위였다. 그곳은 제네시스 프로젝트 본부가 약속한 '제2의 지구'였다. 하지만 50년의 항해 동안, 그 누구도 에덴 프라임의 실제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 우리가 가진 것은 희미한 분광 분석 데이터와, 희망을 주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CG 렌더링뿐이었다.


배는 앞으로 나아갔다. 그저 나아갈 뿐이었다.


이 거대한 관은 수백만 톤의 금속과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 초광속의 문턱에서 공간을 찢으며 나아갔다. 이 배가 나아가는 방식은 우리 세대의 삶과 비슷했다. 우리는 왜 가는지,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그저 이 거대한 흐름, 이 '항해'라는 시스템에 갇혀 앞으로 떠밀려갈 뿐이었다.


불안했다.


나는 함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몇 주간의 관료적 절차 끝에, 마침내 함교의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함장은 동면 중인 1세대처럼 보였다. 늙고 지쳤지만, 눈빛만은 인공지능처럼 차가웠다.


"목적지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내가 물었다.


"목적지는 에덴 프라임이다. 승객 규약 1조 1항에 명시되어 있다."


함장의 목소리는 합성된 목소리처럼 높낮이 없이 기계적이었다.


"아니요, 그 형식적 '문서' 말고요. 진짜 그곳이... 우리가 원하는 곳이 맞습니까? 우리는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 겁니까?"


함장은 나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어떤 감정도 실리지 않았다.


"우리는 '미래'를 향해 가고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나?"


복도를 걸어 나오며 나는 깨달았다. 이 배의 누구도 진짜 답을 모른다. 아니, 그들은 질문조차 하지 않았다. 넥서스 세대는 그저 시스템이 제공하는 가상현실과 단백질 페이스트에 만족했다. 그들에게 이 항해는 삶 그 자체였고, '왜'라는 질문 자체가 불필요했다.


나는 이 거대한 흐름에 갇혀버렸다.


그날 밤, 나는 중앙 관측 덱으로 향했다. 제네시스 호에서 유일하게 '진짜' 우주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거대한 강화 유리창 너머로, 수천억 개의 별이 박힌 심연이 펼쳐져 있었다. 그것은 아버지가 보여주던 '바다'의 이미지와 닮아 있었다. 검고, 깊고, 모든 것을 삼킬 듯한.


배는 또다시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함선 전체가 저음으로 울리며, 다음 목적지를 향해 시공간을 찢을 준비를 했다. 앞쪽에서 멀리 빛나는, 아마도 다음 경유지가 될 성운이 태양처럼 보였다. 배는 마치 그 꺼져가는 빛을 추월해 그 뒤편으로 가려는 듯이, 맹목적으로 속도를 높였다.


나는 이 무의미한 질주를 견딜 수 없었다.


이 알 수 없는 흐름에 휩쓸려 가는 것이 싫었다.


죽기로 결심했다. 이 거대한 관에서 내리는 유일한 방법은 저 검은 바다로 뛰어드는 것뿐이었다.


비상 해치를 열었다. 경고음이 울렸지만, 야간 순찰 드로이드가 오기까지는 몇 분의 시간이 있었다. 해치의 가장자리에 섰다. 차가운 진공의 기운이 방호복을 뚫고 스며드는 듯했다.


그리고 몸을 던졌다.


발이 갑판에서 떨어지는 순간. 모든 것이 아주 느리게 흘러갔다.


관성으로 인해 내 몸은 즉시 함선에서 멀어지지 않고, 마치 슬로모션처럼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거대한 제네시스 호의 선체를 스치며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때, 어떤 생각이 나를 덮쳤다.


'아... 그냥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떠내려가며 거대한 제네시스 호를 보았다. 더 이상 감옥이 아니었다. 그것은... 도시였다. 수많은 불빛이 깜박이고, 그 안에는 내가 경멸했던 넥서스 세대가 잠들어 있거나, 사랑을 나누거나,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들 나름의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나는 무엇을 거부했던가?


알 수 없는 미래가 두려워, 이 거대한 흐름이 싫다고 해서, 내가 택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확실한 무(無)'였다.


에덴 프라임이 거짓이라도, 그곳이 또 다른 지옥이라도, 어쨌든 그 배는 '미래'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 안에는 최소한의 온기와, 시스템과, '사람'이 있었다. 나는 그 불확실한 온기조차 거부하고, 이 절대적인 영도의 진공을 선택했다.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손을 뻗었다. 하지만 제네시스 호는 이미 저만치 멀어지고 있었다. 그 거대한 선체는 나라는 존재를 인지하지 못한 채, 정해진 항로를 따라, 저 멀리 보이는 희미한 성운을 향해 맹렬히 나아가고 있었다.


끝없는 후회와 사무치는 공포가 나를 감쌌다.


산소 잔량 경고음이 헬멧 내부에서 희미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저 거대하고 무심한 배를, 내가 방금 버린 그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필사적으로 손을 뻗으며, 차갑고 검은 파도 속으로 조용히, 그리고 영원히 떨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