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흐름 붙드는 법
"잠시만요, 그 부분을 메모해도 될까요?"
회의 중에 꺼낸 제 노트북을 보며 상사가 미소 짓습니다.
"역시 꼼꼼하네요."
ADHD를 가진 우리에게 메모는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메모는 우리의 산만한 생각을 붙잡아두고, 흐트러진 주의력을 한 곳에 모아주죠.
특히나 대화 과정에서 대화의 흐름이나 주제를 놓치지 않기 위한 메모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 갑자기 떠오른 생각들을 안전하게 담아둘 수 있고
- 나중에 질문하고 싶은 것들을 잊지 않을 수 있고
- 대화의 핵심을 놓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모든 메모가 다 효과적인 것은 아닙니다.
ADHD 특성에 맞는 메모 방법이 따로 있죠.
첫째, '키워드 중심' 메모법입니다.
전체 문장을 쓰려고 하면 대화를 놓치기 쉽습니다. 대신:
- 핵심 단어만 빠르게 적기
- 화살표나 기호로 단어 간 관계 표시하기
- 중요도에 따라 별표나 동그라미 표시하기
- 나중에 확인이 필요한 부분은 '?' 표시해 두기
예시:
회의실 예약 다음 주 화요일 2시
김 과장 발표자료 준비
예산? 다시 확인 필요
둘째, '시각적 구조화'입니다.
우리의 뇌는 선형적인 메모보다 시각적 메모를 더 잘 이해합니다:
- 마인드맵 형태로 그리기
- 박스나 원으로 관련 내용 묶기
- 위치로 중요도 표현하기
- 색깔로 카테고리 구분하기
셋째, '디지털 도구 활용하기'입니다.
종이 메모는 잃어버리기 쉽습니다. 디지털 도구의 장점을 활용하세요:
- 음성 메모 기능으로 빠르게 기록
- 사진 찍어두기 (화이트보드, 프레젠테이션 자료 등)
- 캘린더와 연동되는 메모 앱 사용
- 클라우드 동기화로 여러 기기에서 접근 가능하게
넷째, '상황별 메모 전략'입니다.
1. 회의할 때:
- 회의 전: 미리 템플릿 준비 (날짜, 참석자, 주제)
- 회의 중: 결정사항과 할 일 구분해서 기록
- 회의 후: 15분 안에 정리본 만들기
2. 일대일 대화에서:
- 눈 맞춤을 유지하면서 키워드만 빠르게 메모
- "이해한 게 맞는지 제가 메모한 걸 확인해도 될까요?"
- 상대방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면서 핵심만 포착
3. 수업이나 강의에서:
- 슬라이드 자료 미리 받아서 거기에 바로 메모
- 키워드와 예시 구분해서 기록
- 나만의 기호 체계 만들어서 빠르게 표시
이런식으로 내가 처할 상황에 맞는 메모 전략이 세워져 있다면 더욱 편리하게 상황에 집중해 기록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완벽한 메모는 없습니다.
누락된 내용이 있을 수도 있고,
가끔은 메모하다가 대화를 놓칠 수도 있죠.
하지만 괜찮습니다.
메모는 우리의 부족함을 채우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능력을 확장해 주는 도구니까요.
키워드 하나라도 좋습니다.
그 작은 시작이 우리의 대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