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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8번지 10통 1반

옛날 우리 집

by 명랑처자 Jan 26. 2025
브런치 글 이미지 1

보이지 않아도 그려지는 42년을 함께 했던 우리 옛날 집 주소!


"209-8번지 10통 1반"



우선 옛날 우리 집은 초록색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당이 중앙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왼쪽에는 엄마, 아빠와 1남 3녀가 살고 있는 4개의 방과 부엌이 있었다, 오른쪽으로는 방 한 칸과 다락, 그리고 부엌이 있는 4개의 월세방이 있었다. 그리고 화장실은 공동 화장실이라 밖에 있었다. 그리고 화장실 왼쪽으로 항아리들이 있고, 화장실 뒤편으로는 연탄을 보관했었고, 항아리들 앞에는 펌프가 있는 수돗가가 있었던 위치가 시골이라면 믿을 만한 70평의 42년 된 집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렸을 때 난 함께 사는 친구들과 늦게까지 마당에서 놀 수 있어 좋았고, 겨울엔 바로 옆에 공터가 있어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도 만들 수 있어서 좋았었다. 그리고 때론 초저녁까진 피아노도 마음껏 칠 수 좋았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태어나고 자란 10년의 시간까진 마냥 우리 집이 좋기만 했었다.



하지만 이후 집도 나도 20년이라는 시간까진 그냥 존재만으로도 싫었다. 그랬던 시기에 엄마가 아빠를 대신해서 회사에 나가시게 됐다. 그리고 난 늘 집에 안 들어갈 궁리만 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지금 내 나이보다 어렸던 부모님이 여섯 식구를 위해 일을 하신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라는 것이었으며 매일 전쟁터였던 이유까지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30년이 될 때까지 우리 집은 겨울이 되면 점점 더 너무 심하게 추웠다. 특히 화장실과 샤워실은 장난 아니게 추웠다. 보일러는 작동을 해도 따뜻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버텨보려 해도 어느새 친구네 집에서 자는 횟수가 늘어났고, 20대 때 결혼 한 언니와 여동생네 신혼집에서도 길게 지내기도 했었다. 생각해 보면 이때 가장 집이 싫었고, 미웠던 것 같았다.



어느 날 실제 있었던 일에 대해 말하려 한다. 우리 집은 다양한 곤충도 벌레도 많았다. 어떻게 막을 수도 없고, 겨울이 되면 더 심하게 방까지 들어왔었다. 그날은 내 방에서 뭔가 지나가는 걸 자세히 보게 되었다. 분명히 지네가 아니라 ‘전갈’이었다.


"에이 설마 물진 않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너무 졸려 잠을 자게 됐다. 그런 생각과 함께 잠이 들었고, 그 다음날 눈을 뜨니 목이랑 오른쪽 다리가 이상했다. 아주 많이 뻐근했다. 손으로 만져보면 뭔가에 물린 자국이 느껴지기도 했었다. "설마... 설마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며 인터넷에서 찾아봤다. 전갈에 물린 후에 증상이 맞았다. "와..... 대박!! 이런 생각을 하며 회사에 갔다.


가자마자 회사동생한테 약을 발라달라고 하며 물린 자국을 사진으로 찍어 달라고 했다. 이후 동생은 "언니 진짜 ‘전갈’에 물린 자국과 같은데 병원에 안 가봐도 돼?"라고 물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나의 몸 상태는 아주 괜찮아졌다. 아주아주 말이다. '독이 보약이 된 건지....'


우리 집은 점점 월세로 사는 가족들이 떠나고 우리 집만 살게 되었다. 요즘 세상에 원룸처럼 사람을 들이기에는 워낙 위험해서 어느 순간부터 받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결혼해서 떠난 남동생을 빼니 이제 우리 집은 아빠, 엄마, 나 밖에 남지 않았다. 정말 의리로 남았다고 생각하게 될 정도로 겨울엔 여전히 추위를 참아내고, 여름엔 양동이가 7개 정도 필요했으며 늘 기둥이 못 버틸 것 같아 걱정을 많이 하게 되었다.


정말 어느 날은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었다. 겨울은 참아 내겠지만 여름은 정말 불안 불안했다. 어느 날 그래도 매년마다 버티고 있는 우리 집과 그 집에서 살고 있는 부모님과 나까지 모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의리로 버티고 있는 어느 날 재개발이 확정이 났고, 이후 이사 가는 날까지 곧 없어질 우리 집 사진을 많이 찍어뒀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다가온 이삿날 마지막 사진을 찍으며 그동안 함께 했던 이젠 주소까지 사라질 209-8번지 10통 1반 우리 집에게 인사를 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나의 친구가 되어주고 우리 가족을 보살펴줘서 고마웠고, 싫어해서 미안했어. 그리고 절대 잊지 않을 거야. 그동안 수고했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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